“우리가 눈물 많아 산타할아버지 안 오시는 걸까요”

입력 2005-12-20 03:04수정 2009-09-3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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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정만호 씨와 윤성한 씨(산타클로스 복장 왼쪽부터)가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중탑종합사회복지관 공부방을 찾아 소년소녀가장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SBS의 프로그램 ‘웃찾사’에서 인기를 끈 정 씨는 복지재단이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마련한 이벤트 ‘희망 산타 원정대’의 대장이다. 사진 제공 한국복지재단
《“산타 할아버지,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꼭 공기청정기를 선물해 주세요. 소원 들어주실 거죠.” 초등학교 5학년인 소라(가명·서울 종로구 창신동)가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쓰는 일기 내용이다. 초등학생이 바라는 선물로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소라가 갖고 싶은 이유는 있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오랫동안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산타 할아버지는 소라의 소원을 한 번도 들어주지 않았다. 2세 때 부모가 이혼한 후 소라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아빠나 엄마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할머니가 월 35만 원씩 구청에서 받는 생활보조비로 생계를 꾸려가지만 간질을 앓는 여동생(초등 3년)의 약물치료비를 대기에도 벅차다. 할아버지는 5월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소라는 해마다 ‘혹시나’ 하는 기대 속에 일기를 쓰지만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늘 ‘슬픈 추억’만 남는다.

한국복지재단이 최근 전국의 소년소녀가장인 초등학생 49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절반이 넘는 56%(278명)가 최근 1∼2년 동안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물을 받은 초등학생 가운데 18.8%는 교회에서, 13.0%는 조부모에게서 선물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학용품이 41.1%로 가장 많았고 옷(12.8%), 장난감(11.1%), 인형(6.8%), 라면 등 생활필수품(2.6%) 순이었다.

응답자의 83.9%는 올해 크리스마스 때는 꼭 선물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3학년 이하 저학년생은 95%가 선물을 꼭 받고 싶다고 밝혔다.

받고 싶은 선물로는 학용품이 11.8%로 가장 많았고 휴대전화(11.5%)와 옷(10.6%)이 뒤를 이었다. 이는 부모가 있는 가정의 초등학생들이 선호하는 게임기나 MP3플레이어와 큰 차이가 있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어떻게 지냈느냐는 물음에는 61.6%가 특별히 한 일이 없다고 답했고 14.9%는 친구와 놀았다고 응답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놀이공원 가기(19.8%), 특별히 없다(19.4%), 스키장 가기(13.3%) 순이었다.

한국복지재단 김진(金珍) 팀장은 “불황 탓인지 올해는 소년소녀가장에 대한 후원금과 선물이 기업을 중심으로 크게 줄었다”며 “학용품 등 조그만 정성이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는 만큼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수기공모 수상자 선정▼

한국복지재단은 전국 소년소녀가장을 대상으로 생활수기를 공모한 뒤 대상 1편과 금상 2편 등 모두 50명의 수상자를 선정해 19일 발표했다.

수기 내용을 보면 소년소녀가장들은 어려운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을 받은 안재영(11·충북 충주시 연수초교 4년) 군은 췌장이 굳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안 군은 수기에서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아버지 배 위에 두꺼운 수건을 올려놓고 따뜻하게 다리미로 눌러 주는데 아버지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편안해하시는 게 가장 큰 기쁨”이라고 적었다.

안 군은 또 “아버지와 나, 단 두 식구지만 내가 지은 밥으로 함께 아침을 먹으면 부자가 된 기분”이라며 아버지 같은 사람을 돕기 위해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소개했다.

금상을 받은 윤안나(19·전북 정읍시 정주고 3년) 이은영(18·경남 창녕군 대성고 2년) 양은 작은 일에서 느끼는 행복감으로 오히려 더 절절해지는 가족애를 수기에 담았다.

복지재단은 30일 이들에게 시상을 한 후 제주 마라도로 함께 해맞이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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