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상속 소녀의 악몽…부모 잃자 숙부가 입양 상습학대

  • 입력 2005년 12월 10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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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은 10대 친조카를 입양한 뒤 유산 대부분을 가로채 탕진하고 조카를 상습적으로 학대한 삼촌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김모(43·전 보험회사 직원·대구 수성구) 씨를 9일 구속하고 김 씨의 부인 이모(38) 씨를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1년 2월 11일 육군소령인 친형이 부인, 아들과 함께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홀로 남은 조카 A(13·중학교 2년) 양이 보험금과 보상금 등 9억3000여만 원의 유산을 받자 “내가 키우겠다”고 나서 같은 해 10월 딸로 입양했다.

이들은 A 양의 친가와 외가 측에 모두 3억1000만 원을 주고 친권을 포기하게 한 뒤 A 양 이름으로 3억5000만 원짜리 장기보험을 들었으며 나머지 2억7000만 원을 양육비 등의 명목으로 챙겼다. 장기보험은 A 양이 만 18세가 되면 찾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이들은 2003년 1월 친권자의 권리를 이용해 A 양 명의로 가입된 보험을 해약해 3억5000만 원을 가로채는 등 모두 6억2000여만 원을 챙겼다. 이들은 빚을 갚는 등 이 돈을 모두 탕진했다. 현행 형법상 재산죄를 저질렀어도 부모-자식 관계라면 쉽게 처벌할 수 없는 ‘친족상도례’ 조항 때문에 이들은 유산 탕진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8월 초 저녁식사 시간에 A 양이 밥을 빨리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초시계로 시간을 재면서 ‘밥 한 숟가락 먹는 데 1초를 초과할 때마다 10대씩 맞는다’고 위협해 겁에 질린 A 양이 밥을 급히 먹던 중 음식을 흘리자 이를 핥아먹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A 양을 베란다로 끌고 가 무릎을 꿇리고 1.5L 음료수병 2개를 1시간 동안 들고 있도록 한 뒤 A 양의 옷을 모두 벗겨 ‘엎드려뻗치기’를 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A 양이 쓰러지자 “한 번 쓰러질 때마다 10대씩 맞고 다시 시작한다”며 허벅지와 머리 등을 둔기로 때리고 용서를 비는 A 양의 입에 타월을 넣어 테이프를 붙인 뒤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등 1년 2개월여 동안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둘렀다.

학교 모범생인 A 양이 이들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수차례 가출하자 이를 보다 못한 A 양의 먼 친척이 아동학대예방센터에 신고해 이들의 범행이 드러났다.

A 양은 현재 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 보호를 받으며 정신과 치료를 하고 있다. A 양은 6개월 이내에 친권자를 찾지 못하면 빈손으로 보육원에 들어가야 할 처지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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