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노인상대 ‘공짜’사기 기승

  • 입력 2005년 12월 7일 06시 58분


코멘트
박모(68·여·경북 예천군 예천읍) 씨는 올 9월 무료 관광을 해준다는 말을 듣고 따라 나섰다가 한 사슴농장에서 건강식품 판매업체 직원의 권유로 십전대보탕과 녹용을 30만 원에 구입했다.

이를 달여 먹은 뒤 몸에 기력이 없고 설사가 심해져 병원에서 치료까지 받은 박 씨는 경북도 소비자보호센터에 의뢰해 이 업체에 치료비 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지금까지 응답이 없다.

경북 경산시에 사는 정모(69) 씨는 2003년 3월 ‘OO조합’이라는 업소로부터 “무료로 홍삼을 제공한다”는 전화를 받고 이름과 주소 등을 가르쳐 준 뒤 제품을 받아 복용했다.

정 씨는 “제품을 받고 3개월 뒤 ‘5만9000 원을 납부하라’는 청구서가 배달되고 수차례 독촉장도 날아들었다”며 “어처구니가 없어 돈을 내지 않았으나 최근 ‘연체료를 포함해 10만4300 원을 납부하지 않으면 재산을 압류 조치한다’는 통보가 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사은품을 거저 주거나 무료 관광을 제공한다고 유혹해 노인들에게 건강식품 등을 교묘하게 파는 ‘기만상술’이 경북 지역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다.

6일 경북도 소비자보호센터에 따르면 올 6월부터 10월까지 포항시와 청송군 등 도내 6개 시군의 60세 이상 주민 3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7.3%가 최근 1년 이내에 이 같은 상술에 넘어가 물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77.9%는 “구입한 물품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물품 구입 동기는 ‘판매원의 허위 및 과장 설명’(29.9%), ‘사은품이나 무료 관광 등으로 미안해서’(20.9%), ‘판매원의 강압적인 권유’(11.9%) 등의 순이었다.

또 물품 구입자 중 70.1%가 제품명, 판매자의 연락처 등이 명시된 어떤 계약서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는 판매원은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 또는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판매주체, 상품가격, 청약철회방법 등의 내용을 명시한 계약서를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오흥욱(吳興郁·45) 차장은 “기만상술에 의한 판매수법은 예전에는 무료 관광이 많았으나 요즘은 전화로 ‘무료 사은품에 당첨됐다’고 속이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제품의 포장을 뜯지 말아야 환불이나 반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