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中 문계철 교장 ‘신선한 충격’

  • 입력 2005년 11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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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학부모에게 자신에 대한 평가를 받은 서울 한강중 문계철 교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학교 교사들과 학교 환경 및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안철민 기자
교사와 학부모에게 자신에 대한 평가를 받은 서울 한강중 문계철 교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학교 교사들과 학교 환경 및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안철민 기자
《한 중학교 교장이 자신의 학교 교사와 학부모에게 자청해서 경영능력 평가를 받았다. 학부모의 89.5%, 교사는 88.4%가 긍정적으로 응답해 성적을 단순화하면 ‘B+’. 교육계에서는 이 B+는 현재 교육계 상황에 비춰볼 때 어떤 A+보다 값지다고 평가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한강중의 문계철(文啓喆·60) 교장은 ‘한강중 교사들이 제자에게 평가를 받아 수업의 질을 높였다’는 기사가 본보에 나간 뒤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교사들의 비난의 표적이 되자 자신에 대한 평가를 자청했다.

▶본보 10월 31일자 A12면 참조

당시 교장실에는 격려 전화가 쏟아졌지만 이 학교 교사들은 다른 학교에 재직하는 교사들의 항의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교내에서도 ‘민감한 시기에 우리(평가를 받은 교사들)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오해가 팽배했다.

교사들은 극도로 예민해졌다. 10월 이전에는 평가를 받은 교사의 85.7%가 “다시 평가받겠다”고 응답했지만 그런 목소리는 사라졌다. 결국 12일 교원평가 시범실시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다.

문 교장은 “교사들이 반대하는 교원평가제를 도입할 생각은 없다”면서 “그러나 평가의 긍정적인 면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나에 대한 평가지를 돌렸다”고 설명했다.

14일 교사 34명 전원에게 ‘교장의 학교 경영에 관한 의견조사’, 15일 학급마다 5명씩 20학급 학부모 100명에게 ‘교장의 학교 경영에 관한 만족도 조사’를 제목으로 설문지를 돌렸다. 교사에게는 △원활한 의사소통 채널이 마련됐는지 △학교 예산 수립 시 효율적 방안이 되도록 노력하는지 등 40개 항목을 물었다. 학부모에게는 △교육과정 편성에 학부모의 의견이 반영되는지 △학교운영위원회의 원활한 운영에 적극 협조하는지 등 20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구했다.

문 교장은 “행정업무 축소를 위한 노력에 신경을 덜 쓴다는 교사들의 평가가 나왔다”며 “학급 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교사 1인당 업무가 증가한다는 점을 교육당국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또 학부모의 특기적성 교육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나타나자 “가정통신문을 보냈지만 신청자가 없었다”며 “중요한 전달사항은 휴대전화를 통해 알리는 등 의사소통에 더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미희(金美姬·43) 씨는 “교장선생님의 평가질의서를 받아 보고 놀랐으며 학교와 선생님을 다시 보게 됐다”며 “존경심이 우러나왔으며 무엇을 도와야 할까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 설선국(薛善國) 씨도 “교원평가제 논란이 없었다면 우리의 노력이 칭찬받을 일인데 많은 동료가 오해해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문 교장이 오해를 풀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나선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교장의 평가 자청은 ‘교장이 유능한 최고경영자(CEO)가 돼 뛰어야 학교가 발전한다’는 철학과 자신감이 밑거름이 됐다. 그는 지난해 9월 한강중에 부임하면서 교내 업무 대부분을 정난영(鄭蘭泳) 교감에게 맡겼다. 대신 그는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연간 일정을 파악하고 특정 사업을 벌일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가 지원을 호소해 학교 시설과 환경을 착착 바꾸고 있다.

“교장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 다음 교사 평가가 이뤄진다면 교원평가제에 대한 반발이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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