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벙글…가족단위 시민 청계천 가득

  • 입력 2005년 10월 1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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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청계천의 오간주교 부근 모습. /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1일 오전 청계천의 오간주교 부근 모습. /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47년 만에 복원된 청계천이 1일 완전 개방되자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오전까지 내리던 비가 오후들어 그치면서 청계천 산책로 5.8km 복원 양쪽 구간은 가족단위 시민들로 가득 메워졌다. 삼일교, 광교, 수표교 등 다리 위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특히 나이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달라진 청계천을 많이 찾았다. 징검다리를 건너며 소녀처럼 즐거워하는 할머니들이 있는가 하면 바위위에 앉아 옛 추억에 잠기는 할아버지도 많았다.

 "웰컴 청계천" 서울시민의 ‘생명수’가 흐른다 (동영상)

청계천 찾은 시민들 신나는 산책 (화보)

김상민(55)씨는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어렷을 적 황학동에서 살아 청계천에서 수영하고 놀던 기억이 있다”며 “청계천이 복원됐다는 소식이 반가워 아침부터 아내와 함께 찾았다. 와서 보니 정말 잘 해놓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명숙(66)씨도 “예전에는 여기 주변이 판자촌이 즐비해 비가 오면 빨래하는 아낙네들과 물놀이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물도 정말 깨끗하고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 시민들이 1일 청계천 산책로를 거닐고 있다. /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장난 치는 아이들도 간간히 눈에 띈다. 위험사고를 우려한 자원봉사자들에게 붙들려 이내 물 밖으로 끌려 나오긴 했지만, 아이들은 마냥 즐거운 듯 했다.

초등학생 양지연(12)양은 “친구들과 물 튀기고 노니까 정말 기분 좋다”며 “서울에 이런 시골 같은 물길이 생겨 신나고 즐겁다”고 말했다.

같이 온 친구 심정은(12)양은 “시골에서도 이렇게 좋은 곳은 찾기 힘들 것”이라며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면 답답함이 싹 가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간혹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오정화(34)씨는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행사라 두 딸을 데리고 왔는데 물길 산책만 하게 돼 조금 안타깝다”며 “청계천의 역사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도록 표지판이 곳곳에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삼일교부터 청계광장 곳곳도 거리 공연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가득찼다.

▲ 초등학생들이 1일 오전 청계천 나래교 등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서울시가 선발한 세계 각국의 거리 예술가들이 아카펠라, 탭 댄스, 민속 놀이, 마임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3인조 외국인 아카펠라팀은 파란색 스킨 스쿠버 복장에 상어 지느러미와 같은 모자를 쓰고 유쾌한 공연을 펼쳐 공연해 많은 시민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서울시는 이날 2만 5000명의 시민들이 복원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반갑다 청계천" 1일 새물맞이 축제▼

물길, 바람길, 자연길.

청계천이 반세기 만에 서울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전날 내린 비로 촉촉하게 젖은 청계천은 자연의 모습 그대로 1일 오전 10시 시민들에게 처음 공개됐다.

급속한 산업화에 밀려 1958년 6월 회색 콘크리트에 갇힌 지 꼭 47년만의 일이다.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주변을 서성이다 10시가 되자 청계천으로 통하는 계단을 통해 천변 산책로로 들어섰다.

청계천의 시작인 청계광장과 조선시대 임금이 다녔다는 광통교(廣通橋), 야경이 아름다운 리듬벽천과 터널분수, 세계 최장의 도자 벽화인 정도대왕능행반차도, 2만 명의 소원이 담긴 소망의 벽, 청계천 빨래터, 사과나무 거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하나하나 의미가 남다른 ‘청계 8경’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잡아둔다. 비가 오락가락하는데도 성급한 몇몇 시민들은 손을 물에 담그며 일행과 물장난을 치기도 했다.

시민 정진영(63·서울 신림동) 씨는 “아주 옛날엔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비가 오면 물이 맑아져 친구들과 고기도 잡고 물놀이도 했다”며 “오늘 여기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옛날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제 밤에 많은 비가 내려 걱정이 됐지만 아침에 비가 그치고 수위도 크게 낮아져 청계천을 개방했다”며 “아침 일찍부터 청계천 개통에 대한 시민들의 문의전화가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을 기념해 1일 오후 6시 광화문 동아일보 앞 청계광장에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각계인사, 시민 등 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계천 새물맞이 축제’를 연다.

행사는 대취타의 나팔소리와 함께 물 수호군, 취타대 등 300여명이 전국 8도의 강과 못 10곳에서 떠온 ‘8도 물’ 항아리를 물수레에 싣고 서울광장에서 청계광장까지 행진하는 30여분의 퍼레이드로 시작된다.

‘8도 물’은 백두산천지, 두만강, 양산강, 금강, 낙동강, 소양강, 한강, 한라산백록담과 청계천의 시발점인 인왕산에서 담았다.

물이 청계광장에 도착하면 ‘8도 물’의 여정을 알리는 기록영상을 상영하며 본격적인 행사를 시작한다.

선녀들이 무대에 올라 청계천의 물길을 열고 시민대표들이 ‘8도 물’을 통수항아리에 붓고 오색 갈래천을 당기면 항아리물이 청계천에 흘러든다.

이 순간 한반도의 통일과 화합, 서울시민의 소망을 담은 ‘소망 벌룬’이 하늘로 오르고 청계천 전역에서 색색조명이 켜지며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이어 보아, 조수미, 김건모 등 유명 성악가와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청계천 복원을 축하하는 공연을 펼친다.

또 어린이 합창, 북 공연 및 퓨전음악도 흥겨움을 더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행사는 죽어가는 청계천 물줄기를 살려 그 속에서 잃어버렸던 이 땅의 정기를 되찾는 의식”이라며 “청계천 복원은 단순히 하천을 살리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어울려 함께 사는 삶의 터전 회복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나면 전날 비로 연기된 서울시향의 ‘청계천 새물맞이 전야음악회’가 정명훈 씨의 지휘로 오후 8시30분부터 2시간동안 열린다.

공연은 서울시합창단과 유럽에서 활동 중인 바리톤 한명원, 국악고 학생 등으로 구성된 연합사물놀이팀이 협연한다.

이날 복원 행사가 열리는 청계광장~광통교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천변 산책로는 일반에 개방된다.

차량은 이날 오전 9시부터 3일 밤 12시까지 동아일보~삼일교까지 청계천 양방향이 통제된다.

오후 1시30분부터 6시30분까지 서울시청~동아일보사 앞 태평로 광화문 방향 4차로도 통제된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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