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폭발로 1층 천장 폭삭… 20여명 맨몸으로 뛰어내려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04분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수성동3가 시티월드 옥돌사우나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건물이 화염에 휩싸이고 주변의 승용차가 크게 파손된 가운데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수성동3가 시티월드 옥돌사우나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건물이 화염에 휩싸이고 주변의 승용차가 크게 파손된 가운데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2일 보일러실 폭발로 화재가 발생한 대구 수성구 수성동3가 시티월드 옥돌사우나 5층 건물 일대는 폭격을 맞은 듯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인근 주민들은 건물이 화염에 휩싸이고 상가와 주택의 유리창이 파손되고 전기가 끊기자 일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를 보고 모두 힘을 합쳐 탈출을 돕거나 병원으로 옮겨 피해를 줄였다.

▽전쟁터 같은 현장=지하 보일러실에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이어 ‘쾅 쾅 쾅’ 하는 소리가 서너 차례 들리면서 불길이 5층 건물 전체로 삽시간에 번졌다.

건물 2, 3층에 있던 목욕탕 이용자 수십 명이 건물에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일부 여성이 알몸으로 사다리를 타고 탈출하자 주민들은 이불을 이용해 몸을 가려주고 구급차를 타도록 도왔다.

또 다리가 불편한 여성 장애인이 불길을 피해 고가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다가 지쳐서 멈추자 소방대원이 급히 올라가 구출했다.

폭발소리는 현장에서 1km 이상 떨어진 아파트 단지에서도 크게 들릴 정도여서 일부 주민은 지진이 난 줄 알고 집 밖으로 황급히 대피했다.

사고가 난 건물과 폭 8m 도로를 사이에 두고 들어선 상가와 주택의 유리창은 폭발과 동시에 대부분 산산조각이 났다. ▽‘시민정신 빛났다’=이날 현장에서는 주민들이 2층에 갇힌 네 살짜리 아이를 위험을 무릅쓰고 구하는 등 구조에 발 벗고 나섰다.

화재 당시 2층 여탕 안에 있던 서용주(32) 씨는 딸(4)과 함께 탈출구를 찾다가 주민들이 사다리를 유리창에 갖다 대는 모습을 봤다.

서 씨가 “딸아이를 구해 달라”며 창밖으로 애타게 외쳤을 때 한 주민이 직접 사다리를 타고 2층으로 올라와 아이를 잡았다.

사다리가 좁아 아이를 데리고 내려오기 힘들자 다른 주민 네 명이 밑에서 이불을 쿠션처럼 만들어 무사히 받아냈다. 서 씨는 사다리로 무사히 탈출한 뒤 아이를 껴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근에서 에어컨 판매점을 하는 이만영(50) 씨는 남녀 목욕객 20여 명이 건물 5∼6m 높이에서 무작정 맨몸으로 뛰어내리자 급히 갖고 온 매트리스를 땅바닥에 펼쳐 탈출을 도왔다. 자신의 승용차로 부상자를 실어 나른 주민도 있었다.

건물 1층 이발소에서 염색을 하던 양용식(58·수성구 범어동) 씨는 천장이 무너져 내려 자신이 다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1시간 동안 부상자 이송을 도왔다.

▽수사 방향=대구 수성경찰서는 이 건물의 소유권이 최근 재개발업체로 넘어가 일부 영업장이 폐쇄됐는데도 목욕탕 등이 영업을 계속한 이유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퇴직한 사고 건물 보일러기사 신모(59) 씨로부터 “(목욕탕 주인이) 오전에 전화를 걸어 (보일러실) 기계를 봐달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기계 이상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또 건물 안전관리 소홀 여부와 함께 폭발지점으로 추정되는 지하 보일러에 정상적인 경유 대신 혼합유 등 ‘불량기름’이 사용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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