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외국인 강사와 숲속길 걸으며 “Wow”

  • 입력 2005년 8월 8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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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내 자연생태의 숲에서 진행된 영어체험 프로그램. 외국인 강사 루미나 씨가 초등학생들에게 나뭇잎에 관해 영어로 설명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내 자연생태의 숲에서 진행된 영어체험 프로그램. 외국인 강사 루미나 씨가 초등학생들에게 나뭇잎에 관해 영어로 설명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Do you know this word, nature(여러분, 자연이란 단어를 아나요)?”

“Yes, nature is the sky, flower, animal, tree(네, 자연은 하늘, 꽃, 동물, 나무예요)!”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공원 내 자연생태의 숲. 초등학교 3∼6학년 아이들 20여 명이 외국인 강사 루미나(27·여) 씨의 질문에 목청을 높여 대답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마련한 영어 체험 프로그램 ‘공원에서 영어랑 놀자’에 참가한 아이들. 프로그램은 19일까지 매주 월 수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된다. 모집인원은 벌써 마감됐다.

통역 없이 영어로만 진행되는 수업에 몇몇 아이들은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루미나 씨가 얼어 있는 한 아이에게 다가가 “How is the weather today(오늘 날씨 어때요)?”라고 묻자 아이는 부끄러워하며 작은 목소리로 “hot(더워요)”이라고 대답했다.

루미나 씨가 일부러 큰 목소리로 “Wow, you're right(와, 맞아요)”라고 칭찬해 주자 표정이 금세 환해지며 좋아했다.

아이들은 각자 영어 이름을 지어 명찰을 만든 후 ‘you are my sunshine(당신은 내 인생의 햇빛)’이란 노래를 배웠다. 처음엔 입을 열지 않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자 즐겁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영어체험학습장에서의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루미나 씨와 함께 숲을 둘러봤다. 루미나 씨는 숲에 있는 소나무, 버드나무 등의 이름을 영어로 말해주고 여의도 숲이 어떻게 조성됐는지 최대한 쉬운 표현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대에서 교육학 석사를 마친 루미나 씨는 아시아 문화를 배우기 위해 올여름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체류 도중 우연히 놀러오게 된 여의도공원의 매력에 푹 빠져 무보수로 영어체험 프로그램을 맡고 싶다고 자청했다.

루미나 씨는 한국 어머니들의 헌신적인 교육열이 인상 깊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어머니들도 반 정도는 돼요. 초등학생밖에 안 된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려면 어머니들의 도움과 관심이 필요하죠.”

딸(10)과 함께 참가한 조은정(36·강동구 명일동) 씨는 “처음에는 잘 따라갈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애가 즐거워해 영어공부와 놀이 두 가지를 다 얻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녹지사업소는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이 좋아 외국인 자원봉사자가 확보되면 다음 달에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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