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웰컴! 코리안” 세계유학시장 한국학생 모시기

  • 입력 2005년 6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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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생들이 세계 유학 시장의 '큰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의 학교들이 한국 학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 제공 주한 뉴질랜드대사관
한국 학생들이 세계 유학 시장의 '큰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의 학교들이 한국 학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 제공 주한 뉴질랜드대사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마리에하우고교는 지난달 초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인 유학생 부모를 대상으로 ‘원정 상담회’를 가졌다.

해리 로마나 교장은 “당초 2시간을 예상했지만 학생의 성적과 학교생활을 설명하다 보니 3시간이 훌쩍 넘어서 끝났다”며 “학부모의 호응이 높아 자주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라임스톤교육청의 국제학생 담당자인 존 클레멘츠 씨도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달 한국에서 학부모와 개별 상담을 벌였다.

주한 캐나다교육원 윤민옥 과장은 “최근 들어 교육청뿐 아니라 개별 학교가 한국을 자주 방문한다”며 “한국 유학생이 크게 늘면서 학생 유치와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조기 유학생이 세계 유학 시장에서 ‘큰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각국의 학교가 한국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가별 유학 박람회 개최는 물론 개별 학교가 유학원이나 중고교를 방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장이 학교생활 직접 전해줘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크로익스고교 교장은 매년 한국에서 학부모와 유학생의 학교생활과 수업 태도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아들 성진식(17) 군을 이 학교로 유학 보낸 정원재(39·여) 씨는 “교장이 아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직접 가져왔다”며 “학교생활을 직접 전해 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을 위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개설하거나 한국인을 고용한 학교도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노스크로스중학교는 한국 학생을 위해 주 1회 방과 후에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학교 측은 “한국 학생은 대부분 1, 2년 연수 후에 돌아가기 때문에 한국 진도에 뒤처지지 않도록 한국식으로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네피어 시의 콜렌조고교도 올해 초 한국 유학생의 초기 적응을 돕기 위해 한국인 보조 교사인 문정애(43·여) 씨를 채용했다. 문 씨는 2002년 뉴질랜드에 온 ‘기러기 엄마’로 한국 학생의 수강 신청은 물론 수업을 함께 들으면서 진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중국의 대부분 학교도 한국인 유학생이 늘면서 한국인이나 조선족 기숙사 사감을 고용해 한국 학생의 생활을 돌보고 있다.

발해유학원 김훈희 원장은 “어린 학생끼리 기숙사에서 살다 보면 자칫 생활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는 학생 관리가 엄격한 학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영어는 잘 배워 오겠지” 오산… 철저한 사전준비를

성공적인 연수와 유학을 위해선 무엇보다 현지 사정에 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부모의 “영어권 나라에 보내면 영어는 배워오겠지”라는 흔한 기대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한 고교에서 만난 정모(18) 양은 “유학 온 지 3년이 지났지만 영어로 말하는 게 서툴다”며 “누가 말을 시킬까봐 가슴이 졸여 학교생활이 즐겁지 않다”고 말했다.

현지 대학에 진학하려면 고교 성적이 중요하다. 뉴질랜드는 2002년부터 대학입시제도가 바뀌어 고교 1학년 이후 유학을 가면 대학 진학이 쉽지 않다. 고교 이수 학점이 있고 학년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인 NCEA를 쳐야 하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뉴질랜드가 만 10세 이하 어린이의 조기 유학 때는 부모 가운데 한 명이 반드시 함께 거주해야 하는 등 관련 제도가 많이 바뀌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 평균 NCEA 성적이 고교 전체의 상위 2% 안에 드는 웰링턴의 사립 칠턴세인트 제임스여고에선 1918년 개교 이후 처음으로 국제학생인 한국인 고명서(17) 양이 지난해 전교 1등을 차지했다.

고 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유학을 목표로 회화 공부를 하고 중2 때 6개월 동안 뉴질랜드 중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왔다”며 “부모님이 직접 현지에 와서 알아보고 학교를 결정하는 등 철저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오클랜드=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뉴질랜드로 보내볼까]국제학생반 운영 영어배우기 쉬워▼

뉴질랜드는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만 5세부터 초등학교에 취학하며 학제는 초등학교는 5년, 중학교 2년, 고교 5년이다. 중고교 통합 과정인 곳도 많다.

한국에서 초등학교나 중고교로 유학할 때 입학 조건은 없지만 유명 학교는 영어 수학 과학 등 주요 과목의 성적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중고교는 원주민인 마오리족과 이민자를 위한 ‘국제학생 학급’을 운영하고 있어 영어를 배우기 쉽다. 한국 학생은 3∼12개월 동안 영어프로그램(ESOL)을 들어야 한다.

최근 뉴질랜드달러의 강세로 유학비용 부담이 커졌다. 학비는 공립이 연간 1만 뉴질랜드달러(약 750만 원), 사립은 1만7000뉴질랜드달러 정도. 여기에 홈스테이 비용은 현지인이 주당 200뉴질랜드달러, 한국인은 주당 300∼400뉴질랜드달러, 가디언 비용도 연간 4000∼8000뉴질랜드달러가 든다.

현지 대학 진학 때는 고교 마지막 3년의 내신 성적과 대학입학자격시험인 NCEA 성적을 50%씩 반영해 선발한다.

대학은 철저한 상대평가여서 입학은 쉽지만 졸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상위권 대학인 빅토리아 법대의 경우 4년 이내 졸업 비율이 10%밖에 안 된다는 것.

최근에는 미국 영국의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뉴질랜드를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클랜드 롱베이칼리지 이수지(18·고3) 양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을 목표로 세우고 2002년 3월 뉴질랜드로 온 이후 3년 연속 전교 1등을 차지했다.

이 양은 “미국 예일대 입학을 위해 3년 전부터 학업 외에 학생회,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고교 시험은 모두 주관식이어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웰링턴=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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