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그곳에 가면/만석부두

  • 입력 2005년 6월 1일 0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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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뛰는 고기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옛 생각을 절로 나게 하는 것이 부두의 매력이지요.”

인천문인협회 김윤식(58·시인) 회장은 틈만 나면 인천항과 가까운 만석부두(인천 동구 만석동)를 찾는다. 만석부두에서도 그가 좋아하는 곳은 낚싯배로 북적대는 부두 중심가를 지난 왼쪽 축대 끝 바닷가.

이 곳에서는 1966년 상영된 영화 ‘만추’의 주인공인 신성일 씨가 밀수를 위해 뗏목(전마선)을 타고 바다로 떠나는 장면이 촬영됐었다. 이런 사실은 김 씨 말고는 별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는 만석부두∼북성부두를 20분 간 거닐면서 일제시대 잠수함을 만들던 조선소 직공들의 숙소가 몰려 있는 만석동 뒷골목과 철공소, 선술집을 지나치는 재미에 푹 빠진다.

만석부두와 북성부두 사이에 바닷물이 빠지면 아직도 많은 아낙네들이 갯벌로 나와 조개나 굴을 캐고 있다.

충청 전라 경상 등 삼남지방에서 강화도 수로를 이용해 서울로 올라가던 곡물을 만석이나 쌓아두던 곳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만석동. 이젠 쌀을 대신해 아파트단지와 공장이 들어서 있지만 여전해 옛 정취가 베어있는 도심 속 바닷가다.

인천앞바다에서 올해 들어 고기가 좀처럼 잡히지 않아 어민들이 울상이었지만, 만석부두에서는 요즘 낚싯배들이 활기를 띠고 있다.

낚싯배들은 2시간 거리인 자월도, 이작도, 영흥도 해역에서 우럭 도다리 삼세기 등 서해안 토종 어류를 많이 잡아 올리고 있다.

조석 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는 조금 기간인 지난달 30일부터 4일까지 어황이 최고조를 이루고, 보름 후의 다음 조금 때(6월 19일경)도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만석부두에 있는 낚싯배는 12명 정원의 5t급 80척과 47인승 7척정도 있다.

새벽 5시 반경 부두에서 출항하는 유선들은 12시간 정도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식사나 낚시도구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 배 삯은 1인당 4만 원(평일 기준)으로 유선업이 발달한 연안부두나 남항 보다 싼 편이다.

부두 입구엔 자연산 횟감과 주꾸미 등을 파는 음식점이 20곳 정도 자리 잡고 있다.

만석동발전협의회장인 송일웅(60) 씨는 “주로 노인들이 유선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서비스는 엉망이겠지만, 오랜 경력으로 정확한 낚시 포인트를 알려줄 수 있고 손맛은 최고”라고 자랑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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