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핵잠함 진해 입항… 비핵화 위반 논란

  • 입력 2005년 3월 23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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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경남 진해의 해군 소모도기지에 정박해 있는 미군 핵추진 잠수함. 갑판에 성조기와 미 해군 2명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제공 녹색연합
16일 오전 경남 진해의 해군 소모도기지에 정박해 있는 미군 핵추진 잠수함. 갑판에 성조기와 미 해군 2명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제공 녹색연합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경남 진해시에 있는 해군 소모도기지에 미군의 핵추진 잠수함이 16일부터 4, 5일간 정박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는 한반도의 비핵화 선언을 위반한 것이라고 23일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미연합사령부와 국방부는 핵추진 잠수함의 입항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핵무기에 국한된 한반도의 비핵화 선언과 핵추진 잠수함의 정박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녹색연합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모도기지에 정박해 있는 미군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SSN-688’의 사진을 공개했다.

녹색연합 서재철(徐載哲) 자연생태국장은 “지금까지 미군의 핵추진 잠수함이 한국 영해에 들어온다는 주장은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정박 모습을 촬영한 것은 처음”이라며 “핵추진 잠수함의 정박은 한반도의 비핵화 선언 제2조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2년 1월 20일 남북한이 체결한 비핵화 선언 제2조에는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 국장은 “2000년 가을부터 4년 넘게 미군 핵추진 잠수함의 국내 정박을 추적해 오다 최근 해경의 한 관계자로부터 정박날짜를 통보받고 사진촬영에 성공했다”고 확인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잠수함이 정박 기간 핵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소모도기지 인근에 매립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미연합사 관계자는 “25일까지 예정된 한미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에 참가하기 위해 핵추진 잠수함이 입항했으나 핵폐기물 매립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반도의 비핵화 선언은 핵무기에 국한된 것”이라며 “원자로에 의해 가동되는 핵추진 잠수함을 문제 삼을 경우 원자력발전소도 비핵화 선언 위반이 되는 모순이 생긴다”고 반박했다.

동국대 고유환(高有煥·북한학) 교수는 “상시 배치가 아닌 군사훈련차 정박한 것이라면 비핵화 선언을 위반했다고 보기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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