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경기 부천시 오정구 여월초등학교 운동장.
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으로 달려간 6학년 1반 학생 전원(38명)이 바람이 매섭게 부는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가락에 흠뻑 취해 있었다. 운동장을 세 바퀴 돌며 머리를 흔들어대는 상모돌리기를 통해 몸을 푼 학생들이 풍물 굿을 펼치기 시작했다.
여학생 두 명이 태평소를 힘차게 불어대자 다른 학생들은 꽹과리 징 장구 소고 등을 두드렸다. 어린이들은 전통 악기 가락에 맞춰 세 겹 원을 그리는 ‘돌림법고’, ㄷ자 형태의 ‘당산 벌림’ 등의 율동을 맹연습했다.
이 학교는 ‘우리 얼 찾기 운동’을 체계적으로 벌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5, 6학년에 한 반씩 있는 ‘풍물반’이 주춧돌이다.
6기 풍물반(6학년 1반)을 지도하고 있는 윤서영(35) 교사는 “4학년 말 때 풍물 배우기를 원하는 학생들을 따로 뽑아 풍물반을 만든다”며 “이들은 월∼금요일마다 수업후 2시간 가량 풍물연습을 한다”고 소개했다.
풍물반 학생들은 거의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대신 교사들이 아침 자습, 재량활동, 특별활동시간을 이용해 한자, 수학 등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풍물반은 전주대사습놀이, 전국 청소년문화큰잔치 등 전국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대통령상, 으뜸상, 금상 등 각종 상을 거의 휩쓸다시피 하고 있다. 2003년과 2004년엔 일본 아까야마와 중국 하얼빈(哈爾濱), 옌지(延吉)시에 초청돼 공연을 했다.
이 학교는 개교 직후인 1998년부터 ‘한복 입기’를 정례화하는 한편 ‘우리 음식 만들기’ ‘민속놀이’등의 행사를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봄 가을엔 매주 월요일마다 전교생 1500여 명과 교사를 포함한 전 직원 50여 명이 한복을 입고 등교한다.
또 틈틈이 학년 별 또는 반별로 널뛰기 등 민속놀이를 즐기고, 우리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이달 초 부임한 강창열 교장은 “학생 모두가 인사성이 밝고, 선생님이 없어도 한결같이 두 줄로 서서 길을 건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으며 ‘왕따’ 같은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분위기”라며 “7년간의 ‘우리 얼 찾기’ 교육 효과가 아주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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