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현장/부천 여월초등학교 ‘우리 얼 찾기’

  • 입력 2005년 3월 14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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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상모돌리기를 끝냈으니 열림 굿을 펼쳐보자.”

11일 오후 경기 부천시 오정구 여월초등학교 운동장.

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으로 달려간 6학년 1반 학생 전원(38명)이 바람이 매섭게 부는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가락에 흠뻑 취해 있었다. 운동장을 세 바퀴 돌며 머리를 흔들어대는 상모돌리기를 통해 몸을 푼 학생들이 풍물 굿을 펼치기 시작했다.

여학생 두 명이 태평소를 힘차게 불어대자 다른 학생들은 꽹과리 징 장구 소고 등을 두드렸다. 어린이들은 전통 악기 가락에 맞춰 세 겹 원을 그리는 ‘돌림법고’, ㄷ자 형태의 ‘당산 벌림’ 등의 율동을 맹연습했다.

이 학교는 ‘우리 얼 찾기 운동’을 체계적으로 벌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5, 6학년에 한 반씩 있는 ‘풍물반’이 주춧돌이다.

6기 풍물반(6학년 1반)을 지도하고 있는 윤서영(35) 교사는 “4학년 말 때 풍물 배우기를 원하는 학생들을 따로 뽑아 풍물반을 만든다”며 “이들은 월∼금요일마다 수업후 2시간 가량 풍물연습을 한다”고 소개했다.

풍물반 학생들은 거의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대신 교사들이 아침 자습, 재량활동, 특별활동시간을 이용해 한자, 수학 등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풍물반은 전주대사습놀이, 전국 청소년문화큰잔치 등 전국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대통령상, 으뜸상, 금상 등 각종 상을 거의 휩쓸다시피 하고 있다. 2003년과 2004년엔 일본 아까야마와 중국 하얼빈(哈爾濱), 옌지(延吉)시에 초청돼 공연을 했다.

이 학교는 개교 직후인 1998년부터 ‘한복 입기’를 정례화하는 한편 ‘우리 음식 만들기’ ‘민속놀이’등의 행사를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봄 가을엔 매주 월요일마다 전교생 1500여 명과 교사를 포함한 전 직원 50여 명이 한복을 입고 등교한다.

또 틈틈이 학년 별 또는 반별로 널뛰기 등 민속놀이를 즐기고, 우리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이달 초 부임한 강창열 교장은 “학생 모두가 인사성이 밝고, 선생님이 없어도 한결같이 두 줄로 서서 길을 건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으며 ‘왕따’ 같은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분위기”라며 “7년간의 ‘우리 얼 찾기’ 교육 효과가 아주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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