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형사사건 처리 서류 사라진다

  • 입력 2005년 3월 14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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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A(44) 씨는 오전 2시경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렸다. A 씨는 순찰차로 해당 경찰서에 연행됐다. A 씨는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조사를 받고 조서에 서명과 날인을 한 뒤 오전 5시경 집에 도착했다. 경찰은 1주일 이내에 검찰에 사건기록을 넘긴다. A 씨가 우편을 통해 약식명령을 통보받으려면 3, 4개월이 걸린다. 이처럼 복잡한 형사사건 처리 절차가 2007년부터 훨씬 간편해진다.》

▽3, 4개월 절차가 하루에 해결=A 씨는 경찰서에 연행되는 대신 경찰이 건넨 지문인식기가 부착된 개인휴대단말기(PDA)에 오른손 엄지를 댄다. 몇 초 후 PDA에는 A 씨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신상정보와 전과기록이 표시된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인정한다”는 A 씨의 진술과 비틀거리는 모습, 충혈된 눈 등을 화상카메라로 녹화한다. 이 같은 기록은 무선 인터넷을 통해 시스템에 저장된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은 단 3분. A 씨는 집으로 돌아간다.

같은 날 오전 9시경 출근한 검사는 컴퓨터를 통해 전자 송치된 음주운전 사건기록을 본다. 검사는 A 씨의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을 75만 원으로 정해 화면의 ‘약식기소’ 버튼을 누른다. A 씨 기록은 판사의 컴퓨터로 보내진다.

오전 9시 10분경 판사는 A 씨의 기록을 검토한 뒤 전자서명이 담긴 약식명령 판결을 내리고 이는 즉시 A 씨의 e메일로 전송된다. 음주단속부터 약식명령까지 3, 4개월가량 걸리던 것이 단 하루도 안 돼 끝난다.

법무부 검찰 법원 경찰 등 4개 기관은 수사와 재판은 물론 형 집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사사법 업무를 네트워크화하는 ‘통합형사사법체계’를 이르면 2007년까지 구축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를 위한 실무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 작업의 목표는 한마디로 ‘종이 없는(paperless)’ 수사와 재판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민원 원스톱으로 해결=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형사 관련 민원이 무척 간편해진다.

현재는 민원인이 관련 증명서나 확인서를 발급받으려면 사안에 따라 해당 검찰청이나 경찰청, 법원, 교도소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이들 기관 간에 온라인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때문에 가까운 경찰서에서도 교도소 관련 민원서류까지 인터넷에 개설된 통합민원창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보석 신청과 허가도 인터넷으로 단시간 내에 가능해진다. 인터넷으로 보석 신청 접수만 하면 보석 허가까지 통상 1, 2주 걸리던 절차가 하루 만에 끝날 수 있다.

수사나 재판이 끝나지 않아 법원의 출국가능증명서가 필요한 민원인은 현재는 경찰, 검찰, 법원을 각각 방문해야 하지만 시스템이 구축되면 한 곳에서 인터넷으로 신청이 가능하다.

수사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자료가 재판부에 전달돼 신속한 재판이 가능해지고, 재판 과정에서도 자료 요청 등이 가능해져 선고까지의 기간이 단축된다.

통합형사사법체계구축기획단 박준모(朴埈模·서울고검 검사) 단장은 “민원 개선, 업무 효율의 제고, 인력과 예산 절감 등 기존 형사사법에 획기적인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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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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