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학생에 첫 영장 신청

  • 입력 2005년 3월 14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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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와 경찰청이 4일부터 운영하고 있는 '학교폭력 자진신고 및 피해신고 기간'에 접수된 피해신고에 따라 14일 처음으로 가해학생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하지만 실제 신고 건수가 예상보다 적은데다 학교나 교육청을 통한 신고는 거의 없어 교육당국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구속 영장=강원 경찰청은 이날 도내 모 고교 1학년 A(17) 군에 대해 갈취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군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동급생 B(16) 군을 협박해 10여 차례에 걸쳐 220여 만 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 군은 평소 몸이 약한 B 군에게 "가출비용을 대라"며 자신의 계좌에 돈을 입금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A 군은 영장신청 직후 잠적해 경찰이 소재를 파악 중이다.

▽신고 실적 저조=경찰은 이날까지 총 36건의 신고를 접수해 이 가운데 학교폭력 가해자 95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해학생이 자진 신고한 경우는 없었으며, 대부분 피해학생의 가족 등이 대신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4일 현재 서울시교육청 신고전화나 서울시내 각 지역교육청 신고전화, 각급 학교 등을 통해 접수된 학교 폭력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는 가해학생은 물론 피해학생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는데다 학교에 신고해 봤자 문제만 더 키울 뿐이라는 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S여중 3학년 김 모(16)양은 "담임선생님에게 불량 학생에 대해 상담했더니 '그 아이 성질 건드리지 말고 조심하라'고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 송연숙(宋姸淑·41) 사무국장은 "그동안 학교가 학교폭력 문제에 소극적이었다는 증거"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일선 교육기관이 학교폭력에 더 관심을 갖고 학생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입단속도=일부 학교에서는 문제가 외부로 알려질 것이 두려워 신고에 소극적이거나 아예 '입단속'을 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B고의 김 모 교사는 "최근 교장이 '우리학교에는 학교폭력이 없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며 "이렇게 쉬쉬하는 분위기에서 학교폭력 조사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 D중 2학년 심 모(15)군은 "담임선생님이 '이제 학교 밖에다 얘기하면 경찰에 잡혀 간다'고 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게 더 겁난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종합 치안대책'을 발표하고 미아찾기 신고전화(182)와 성매매피해여성긴급지원전화(117) 등을 통해서도 24시간 학교폭력 신고를 접수하기로 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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