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미워도 다시한번!”…협의이혼 ‘1주일 再考’의무화

  • 입력 2005년 2월 24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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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에 사는 윤모 씨(32)는 돈 문제로 남편과 자주 부부싸움을 하다 지난해 3월 홧김에 이혼을 했다. 5세와 3세였던 두 아이는 남편이 키웠다. 하지만 윤 씨는 지난해 말 아이들을 만난 뒤 마음이 흔들렸다. 변변한 직장도 없는 남편에게 맡긴 아이들의 행색이 말이 아니었던 것. 고민 끝에 윤 씨는 지난달부터 남편과 다시 살기 시작했다. 윤 씨처럼 성급한 이혼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고 또 급증하는 이혼율을 낮추기 위해 ‘이혼숙려(熟慮·깊이 생각함)제도’가 마련됐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협의이혼을 신청한 부부에겐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1주일의 시간이 의무적으로 주어진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달 서울가정법원 산하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위원장 한명숙·韓明淑 열린우리당 의원)에서 의결된 이 같은 내용의 협의이혼제도 개선방안을 다음 달 2일부터 시범 실시한다고 2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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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바뀌나=이혼에는 재판이혼과 협의이혼이 있는데 전체 이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협의이혼의 경우 이혼을 경험한 사람은 누구나 그 ‘간단함’에 놀란다. 평일 오전에 협의이혼신청서를 법원에 접수시키면 당일 오후 3시에, 오후에 접수시키면 다음 날 오전 11시에 이혼확인절차가 끝난다. 당사자들은 3개월 이내에 관할 구청에 이혼신고만 하면 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협의이혼을 신청하는 부부는 1주일간 반드시 심사숙고하는 기간(숙려기간)을 가져야 이혼 확인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가정폭력 등 혼인관계를 하루라도 더 지속하는 것 자체가 고통인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논란=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배금자(裵今子) 변호사는 “협의이혼 당사자가 성인이고 상당수는 전문가와 협의를 거쳐 법원에 가는데 다시 숙려기간을 갖고 상담을 받으라고 하는 건 지나친 간섭”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사적인 영역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것.

특히 현행 제도 아래에서도 법원에서 이혼 확인을 받았다 해도 구청에 신고할 때까지 3개월의 시간이 있다. 이 기간 안에 어느 한쪽이 철회 의사만 밝히면 되는 만큼 사실상 다시 생각할 시간이 3개월 있다는 것이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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