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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2월 23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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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7시 25분경 분당선 수서행 전동차가 모란역에서 제동장치 이상으로 1시간여 동안 멈춰 섰다. 시민들은 도로 한복판까지 나와 택시를 잡느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했다.
22일에도 오전 7시 22분경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전동차 화재가 발생해 승객들이 긴급 대피하고 1호선 운행이 무려 1시간 반이나 지체됐다.
지하철이 왜 툭하면 말썽을 일으키는 걸까. 이 같은 사고와 시민 불편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을까.
▽어설픈 사고 수습=22일 서울역에서 발생한 전동차 화재는 전동차 배전반에서 시작됐다. 다행히 초기에 진화됐지만 아직도 화재 원인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화재 후 상황 대처도 엉망이었다. 사고 전동차는 한국철도공사 소유지만 사고 장소는 서울지하철공사 관할 구역이어서 서로 책임을 미뤘기 때문.
철도공사에 따르면 화재 발생 38분 뒤인 오전 8시에 후속 열차와 사고 차량의 연결작업이 끝났다. 그러나 지하철공사가 제때 차량을 옮기지 않아 운행은 50여 분이나 더 지체됐다.
이에 대해 지하철공사는 “철도공사의 차량 연결이 불안전해 자칫 탈선의 위험이 있어 재점검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건설교통부 합동조사반 관계자는 23일 “비록 전동차가 낡아 고장 난 것이라 해도 적절하게 대응했더라면 10분 이내에 운행을 재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전동차 안전 문제와 출근길 지하철 운행이 그토록 오랫동안이나 지연된 이유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23일 분당선 사고는 전동차가 역을 출발하려 할 때 갑자기 자동제동장치가 작동되는 바람에 발생했다. 기계적 결함 때문인지 단순 오작동 때문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하철 고장 사고 줄일 수 없나=일반적으로 전동차의 안전 검사는 매일 실시하는 ‘일상검사’와 2개월 또는 6개월에 한 번씩 실시하는 ‘정기 검사’로 나뉜다. 그런데 일상검사는 미등이나 바퀴 등 외관상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어서 이번에 발생한 배전기 화재나 제동장치 이상 같은 문제는 예방하기 어렵다는 게 철도공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22일 화재가 발생한 전동차는 1986년에 제작된 낡은 차량”이라며 “부품이나 내장재 등을 신형으로 교체하지 않은 구식 전동차량은 언제든 배전기 고장 등 전동차 운행을 중단시킬 수 있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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