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부속초교 교육과정 자체개발 “수업이 재밌어요”

  • 입력 2005년 2월 21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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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부속초등학교 교사들이 4년간 자체 연구한 교육과정에 따른 통합수업 모습. 학생들이 인체 구조와 기능을 익힌 후 각 기관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행성을 만들어 보는 한편, 과일과 설탕물, 소금물을 통해 여러가지 맛을 보며 신체의 기능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위로부터). 자료제공 이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부속초등학교 교사들이 4년간 자체 연구한 교육과정에 따른 통합수업 모습. 학생들이 인체 구조와 기능을 익힌 후 각 기관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행성을 만들어 보는 한편, 과일과 설탕물, 소금물을 통해 여러가지 맛을 보며 신체의 기능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위로부터). 자료제공 이대부속초등학교
‘태양계의 한 행성에서 살아야 한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비만 탈출을 위해 영양소에 대해 공부하고 내가 먹은 음식의 칼로리를 직접 계산해 보자.’

이화여대사범대부속초등학교 학생들은 ‘교과서’로만 공부하지 않는다.

이 학교 교사들이 5년간의 연구 끝에 자체 개발한 교육과정에 따라 공부하며 필요할 경우 학년, 단원, 과목을 통합해서 배운다.

가령 과학 과목의 경우 6학년 과정의 ‘우리 몸의 생김새’와 관련해 5학년 과정의 ‘인간과 로봇’단원을 만들어 학생들이 직접 로봇을 만들어 보고 작동 원리를 사람의 몸과 비교해 보는 방식이다. 또 4학년 수학 시간에 수직, 평형에 대해 배울 경우 수수깡으로 직접 모형 집을 만들면서 수평과 수직 개념을 적용해 보고 집의 구조에 대해 공부한다.

전체 40명의 교사는 교과목별로 13개 팀을 구성해 2000년부터 연구에 들어갔다.

조연순(趙延順·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 교장은 “7차 교육과정은 활동 중심으로 짜여 있어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학생들은 막상 그 활동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교과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학교 차원에서 연구하는 곳은 드문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장은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핵심 개념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직접 교과과정을 연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미국, 싱가포르 등 선진국의 교과서를 참고하는 한편 신문기사, 영화 등을 활용해 직접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교과별로 자문 교수를 정해 조언도 받았다.

채제숙 교사는 “처음에는 ‘교과과정은 전문가들이 연구하는 것인데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부담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연구결과를 토대로 직접 수업을 해 보니 학생들이 훨씬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고 내용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져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6개 학년 전체의 교과과정을 새로 연구하는 일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학기 중에 매주 한 번씩 회의를 하고 오후 5시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9시, 10시까지 연구하는 일도 많았다. 방학 때도 최소한 2주는 학교에 나와 교과연구에 투자해야 했다. 초기에는 일부 교사들은 “굳이 이렇게까지 교과과정을 연구할 필요가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조 교장은 “지금은 힘들겠지만 일단 과목별로 나눠 연구를 해 두면 혼자 모든 과목에 대해 어떻게 지도할지 매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며 교사들을 설득해 나갔다.

이화여대부속초교는 이 같은 교과과정 연구로 지난해 교육부장관상 수상이라는 결실을 봤으며 연구 내용은 조만간 책으로도 출판될 예정이다.

조 교장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른 학교에서도 더욱 다양하게 교과과정을 연구해 학교 간에 이를 활발하게 교류함으로써 학생들이 보다 창의적이고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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