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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2월 20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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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현 미얀마)는 1950년대 후반만 해도 쌀 목재 보석 텅스텐 수출에 힘입어 아시아 상위권의 생활수준을 자랑했다. 1인당 소득이 80달러 안팎이던 한국은 비교도 안 됐다. 그러나 1962년 집권한 네윈 장군은 폐쇄경제체제를 택했다. 한때 ‘진보적’ 지식인들이 치켜세운 버마식 사회주의는 지금 미얀마를 가장 못사는 나라 가운데 하나로 전락시켰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개인의 앞날도 많이 좌우한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과 대가가 따르며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믿는 사람과, 남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사람은 경쟁이 될 수 없다. 많은 부실기업을 살려냈고 ‘제왕학의 스승’으로 불린 일본 기업인 이하라 류이치 씨는 말했다. “나는 중요한 일을 할 때 불만 불안 불신 불평 등 불(不)자가 많은 사람을 포함시키지 않는다. 큰일을 할 때 不자가 많은 사람을 넣으면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악영향을 주어 일을 그르친다.”
인생과 세계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중고교와 대학시절에 어떤 인식을 갖느냐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개인과 공동체를 쇠락의 길로 이끄는 잘못된 세계관과 경제관을 청소년에게 주입시키는 것은 죄악에 가깝다.
선택과 책임, 시장경쟁과 효율, 사유재산권 존중과 ‘큰 시장, 작은 정부’를 축으로 하는 자유주의적 시장경제는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지식과 브랜드가 부각되고 토지 노동 자본 등 전통적 생산요소의 의미는 엷어지고 있다. ‘구매자 천국, 생산자 지옥’의 글로벌 무한경쟁 추세를 되돌릴 수도 없다. 생각과 가치관에 따라 발전은 제쳐두고 살아남느냐, 죽느냐가 갈리는 세상이다. 살벌한 세상에 회의를 느끼고 ‘느림의 미학(美學)’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그 대신 많은 것을 포기할 각오는 해야 한다.
“좌향좌를 택해서 잘된 나라나 산업이 있다면 하나라도 제게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역사는 모든 검증을 끝냈습니다. 평등을 모토로 강한 정부 개입과 관(官)의 보조금으로 운영돼왔던 산업 치고 제구실을 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공병호·‘10년 후 세계’)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히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시대를 읽는 키워드인 시장경제의 중요성과 작동원리를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일깨워주려는 움직임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 아무리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더라도 반(反)시장적 ‘관치(官治) 평등’은 택해선 안 될 독약이라는 점을 가르쳐야 한다.
기성세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뼈저린 가난이 뭔지를 몸으로 경험한, 또 한국이 이룩한 경제적 성취가 세계사적으로 얼마나 드문 기적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를 찾아와 경청한 600여 명의 청중, 특히 중고교생 아들딸의 손을 잡고 함께 온 부모들에게서 필자는 희망의 빛을 봤다.
권순활 경제부 차장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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