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위기 회사 노조원 희생으로 살렸다면 노조 경영권 참여 정당

  • 입력 2005년 2월 17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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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위기에 직면했던 회사가 노조원들의 협조로 회생했다면 노조의 경영권 참여가 정당하다는 법원의 해석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李政烈) 판사는 “노조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업무를 방해하고 폭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반도체 조립업체 H사 노조 간부 이모 씨(35·여)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또 이 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노조원 정모 씨(37·여) 등 6명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하고, 이모 씨(34·여) 등 8명에 대해서는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 판사는 “회사가 노조의 노력으로 살아난 이상 인사·경영권에 관한 사항도 단체교섭사항에 포함시킬 의무가 있고 회사가 노조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선처 이유를 설명했다.

H사는 1998년 외환위기로 부도가 우려되자 노조원들에게 협조를 구했고, 노조원들은 상여금 반납과 임금 동결을 약속하고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는 등 회사 살리기에 적극 동참했다.

2000년 회사가 다른 그룹에 인수되고 경영상태가 호전돼 워크아웃 상태에서 벗어나자 사측은 노조원들에게 경기 파주공장으로의 발령을 약속했다.

그러나 회사는 경기 안산시에 공장을 건설하는 사업 확장을 시작했고 당초 약속과 달리 노조원들을 안산공장으로 발령을 냈다.

이에 노조는 약속 불이행에 따른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응하지 않았고 이후 여러 차례 노조원들의 실력행사가 이어지자 회사는 이들을 고소했다.

이 판사는 지난해 5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사법사상 최초로 무죄를 선고하는 등 몇 차례 이례적인 판결을 내려 주목을 받았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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