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이경]초등교 남자교사를 늘리려면

  • 입력 2005년 2월 13일 18시 04분


코멘트
최근 서울 지역 초등교사 임용시험에서 여성의 합격 비율이 90%를 넘어서면서 남녀 교사의 성비 불균형 심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을 직접 대면하는 교사야말로 학교 교육의 수준과 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학생들의 지적 능력 발달은 물론 정서적, 사회적 발달과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교단의 지나친 여성화는 역할 모델의 부재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기에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교직의 여성화는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초등교사의 경우 이탈리아는 여성이 95%나 된다. 80% 이상인 국가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을 포함해 절반이 넘으며 비율이 가장 낮은 일본과 덴마크도 65%대에 달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70%는 그나마 낮은 편에 속한다. 더욱이 교원양성기관에 재학 중인 여학생의 비율이 매우 높아서 교직의 여성화는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교직 여성화의 원인은 경제 발전, 도시화,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육아와 교육에 대한 문화적 관념 변화 등 다양한 외적 변수는 물론, 교직이 안고 있는 내부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이것들은 모두 교직의 매력 저하에 일조한다.

경제 수준이 낮고 고학력자가 적은 나라에선 남성의 교직 진출이 활발하다. 그러나 경제가 부강해지고 고학력자가 늘면서 좀 더 높은 소득과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직업에 밀려 교직은 비교우위를 잃고 따라서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닌 남성을 유인하지 못한다. 어린 학생의 교육은 여성들의 몫이라는 전통적인 관념도 우수한 남학생이 초등교사의 길을 선택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한편 도시화, 핵가족화, 사회적 지위의 향상 등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은 확대되고 있으나 우수한 여성 인재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진입 장벽이 높을 뿐만 아니라 어렵게 진입해도 성 차별적이고 경쟁적인 풍토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어렵다. 정년이 보장된 교직은 업무수행에 있어서 성차별이 거의 없고 방학 등의 혜택은 아직도 가사와 육아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야 하는 여성에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승진구조나 보상체제 등 교직 내적인 요소도 남성의 교직 진출을 저해한다. 교직은 타 직종에 비해서 승진 기회가 극히 제한되고 능력과 노력 여하에 따라 보상이 차별화되지도 못하며 다른 직업으로의 전직 가능성도 희박하다. 게다가 봉직하는 중에 전문가로서 능력과 자질을 지속적으로 연마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다. 이런 특성은 야심 있고 도전적인 우수한 젊은 남성 인재들이 교직을 외면하도록 한다.

교직의 여성화는 경제 사회 문화 제도적 변화의 상호작용으로 초래된 복합적 현상이므로 개선책의 마련도 그만큼 어렵다. 남성 교사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교육공무원 양성채용 목표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문제의 원인을 치유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또 해결책을 남녀평등의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초등 여성 교사가 70%에 육박하지만 교감, 교장은 10.6%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아직도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매우 제한된 남녀 불평등 상황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남성의 교직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방책은 우수한 남학생의 교원양성기관 입학 유도에서부터 출발해 교직의 매력을 높일 수 있는 장기 대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직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정부와 언론의 공동 노력도 절실히 요청된다.

김이경 한국교육개발원 교원정책연구실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