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 교육 로드맵]“피아노 4세, 발레 7세때 시작하세요”

  • 입력 2005년 1월 31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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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발레를 배우면 목이 길어진대요.”

“음악, 미술, 운동을 잘하는 만능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자녀가 한두 명밖에 없는 요즘 부모들은 공부는 물론이고 예체능 교양까지 모두 갖춘 다재다능한 아이로 자녀를 키우고 싶어 한다. 자신이 배워보지 못한 것을 대리만족이라도 하려는 보상심리에다 어릴 때 배워 두면 중고교에 가서도 내신에 도움이 된다는 저축의 성격도 있다.

그러나 막상 예체능 교육을 시키려고 해도 도대체 몇 살 때 시작해야할지, 또 누구에게서 배워야할지 몰라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

본보 교육팀이 음악, 미술, 무용, 체육 등 예체능 분야의 교육 실태를 짚어보고 전문가 조언을 통해 ‘예체능 교육 로드맵’을 그려봤다.

○“만능으로 키우자”

여섯 살짜리 민철이는 요즘 피아노, 발레, 미술, 축구를 배우러 다닌다.

어머니 강모 씨(34·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월 30만 원인 예체능 학원비가 부담스럽지만 예술 계통이나 운동을 즐기는 아이로 큰다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강 씨는 “초등학교 때는 공부보다 미술, 음악 등을 잘해야 상을 받을 수 있다”며 “기를 살려주기 위해 예체능 교육에 온 정성을 쏟아 붓는 학부모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남학생은 운동을 못하면 따돌림을 당한다. 그래서 유치원 때부터 팀을 짜서 축구를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주부 고모 씨(31·서초구 잠원동)는 “지금은 바이올린과 미술을 배우지만 곧 피아노와 축구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요즘은 예체능도 잘해야 리더가 된다”고 말했다.

초등 4학년 딸을 둔 유모 씨(38·여·마포구 도화동)는 “소풍가서 장기자랑 할 때도 노래와 춤을 잘 춰야 하기 때문에 딸이 기가 죽지 않게 재즈댄스도 가르치고 있다”고 밝혔다.

○“내신 미리 대비하자”

예체능은 초등학교 때 ‘졸업’하고, 중고교 때는 본격 입시 준비에 들어가는 것이 ‘기본’으로 통한다.

서모 씨(40·여·강남구 대치동)는 “중학생이 되면 예체능 과목을 따로 배울 시간이 없어 초등학교 때 일정 수준에까지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교 수업에선 대충 가르치기 때문에 미리 배운 학생과 차이가 큰 탓도 있다.

피아노를 배운 이모 군(14·중2)은 “피아노 소리를 듣고 무슨 음인지 적어내는 청음(聽音) 시험이 있었는데, 악기를 배운 적이 없는 짝이 전혀 몰라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중3년생의 학부모 박모 씨(43·여·양천구 목동)는 “학교에서는 단소 부는 법을 대충 가르친 후 시험을 치르거나 미술 시간에 곧바로 데생을 하라고 한다”며 “예체능 시험 때면 10만∼20만 원을 들여 개인지도를 받는다”고 말했다.

○“전공은 고통의 길?”

예체능 과목을 취미 또는 전공으로 할지도 큰 고민이다. 중앙대 정완규(鄭完圭·피아노과) 교수는 “전공은 재능에다 의지와 인내심, 체력, 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기간 지속되는 전공 연습에 지치거나 경제적 부담으로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고교생 딸을 둔 학부모 이모 씨(46·여·강남구 대치동)는 “악기 구입에 목돈이 들고 레슨비 등으로 매달 100만 원, 콩쿠르 준비할 땐 반주비 등에 몇 백만 원이 금방 나간다”며 “학교 공부와 악기 연습하느라 고생하는 걸 보면 후회가 된다”고 하소연했다.

예원학교 3학년 박승아 양(15·발레 전공)은 “콩쿠르 준비 때문에 오후 수업에 빠지거나 소풍, 극기훈련을 못 가는 경우도 많다”며 “학교 시험과 대회가 겹치면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다니는 민조현 양(12·바이올린 전공)의 어머니는 “매일 연습하고 레슨, 대회 준비 뒷바라지를 하려면 한순간도 편할 날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김남윤(金南潤·바이올린 전공) 원장은 “부모 욕심보다는 전문가와 상의해 아이의 능력과 열정, 노력 여부 등을 냉정하고 현명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언제부터 배울까

음악 전문가들은 피아노를 제외하고 현악기→관악기→금관악기→성악 순으로 배우라고 추천한다.

피아노는 기본 악기인 만큼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게 좋다. 보통 만 4세면 시작할 수 있다.

바이올린은 3∼4세부터, 부피가 큰 첼로는 7∼8세가 좋다. 플루트는 초등 4학년 때 시작하는 게 ‘정석’이었지만 최근에는 발육 상태가 좋아 3학년 때도 배운다.

대진대 김동수 교수(플루트 전공)는 “플루트, 오보에 순으로 관악기를 배운 뒤 트럼펫과 같은 금관악기를 배우고 성악은 변성기가 끝난 뒤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권했다.

미술은 대체로 초등학교 이전까지는 창의력 교육에, 본격 교육은 중학교에 시작해도 된다. ‘입시 미술’은 고교 때 시작해야 대학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유리하다고 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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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김남윤(바이올린) 김대진(피아노) 장선희 교수(발레), 대진대 김동수 교수(플루트), 중앙대 정완규 교수(피아노), 건국대 윤성원 교수(바이올린), 홍익대 이두식 교수(회화), 서울대 김형숙 교수(미술교육), 선화예중 최희정 교사(발레), 서울체고 이병호 교사(수영), 국립발레단 금강리 단원, 체육과학연구소 백진호(스케이트) 이용식 연구원(스케이트), 이화뮤직클래스학원 김은정 원장, 세종대무용연구소 조영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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