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변죽만 울린 ‘학업성취도 평가’

  • 입력 2005년 1월 12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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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11일 발표한 ‘200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우리 초중고교 학생들이 과연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더욱 답답해진다.

평가를 주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초중고교별, 성별,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 지역별 비교, 4단계 성취도 수준에 대한 개략적 자료만 제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교등급제 논란이 뜨거웠기 때문에 학교 간, 지역 간 학력 격차 실태가 전 국민의 관심사였지만 속 시원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세분된 지역별 자료, 원자료 공개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교육부 관계자들도 “우리도 실태가 어떤지 궁금하다”고 평가 방식의 문제점을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평가 원자료가 공개되면 학교 간 학력차가 드러나 학부모들이 항의하는 등 큰일이 벌어진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거부 방침을 고수했다.

또 일선 학교들이 학생의 성적을 높이려고 시험 문제를 미리 알려주거나 부정행위를 묵인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지난해 9월 국회 교육위원회 이주호(李周浩) 의원은 2001년 평가 원자료를 분석해 고교 간 학력 격차가 크다고 폭로해 충격을 줬다. 평가원은 이 자료의 사용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국민의 알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미국의 경우 주정부나 교육청 홈페이지에만 들어가도 학업성취도 자료를 구할 수 있다. 평가 결과가 학교별로 나오는 것은 물론 인종별 특성까지 지역신문에 자세히 소개된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주변 학교의 학업성취도 자료를 비치할 정도다.

평가 방식이 변경돼 연도별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는 평가원의 설명은 중요한 평가사업이 너무 근시안적으로 설계됐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의 현주소에 대한 진단이다. 지금 같은 수박 겉핥기식 평가라면 안 하는 게 차라리 낫다. 납세자인 국민은 학교 교육의 실태를 알 권리가 있다.

무엇보다 학교 교육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나와야 해법도 나올 것 아닌가.

이인철 사회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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