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CT진료 위법 아니다”

  • 입력 2004년 12월 22일 0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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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컴퓨터단층촬영(CT) 장치를 이용한 진단 행위가 위법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는 한방병원도 CT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한방 쪽에서는 크게 환영하고 있으나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창석·金昌錫)는 길인의료재단 소속 한방병원 한의사 김모 씨가 방사선 기사를 통해 CT를 사용한 행위에 대해 3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서울 서초구보건소를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21일 “한의사의 CT 사용은 불법이 아닌 만큼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행 의료법은 의사나 한의사의 면허 범위와 관련한 의료 행위 또는 한방의료 행위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관계 법령을 보더라도 CT를 사용한 방사선 진단 행위에 대해 따로 면허제도가 없고, CT를 사용한 한의사의 진단 행위를 금지한 규정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CT 남용으로 인한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 방지를 위해 CT 설치 및 운영 시 자치단체장 등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위반할 때도 사용 제한이나 시정 명령만 할 수 있을 뿐”이라며 “건보 재정 악화를 이유로 한의사에 대해서만 CT 사용을 금지할 수 없고 또 이를 한의사 면허에 포함되지 않은 의료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질병의 상태와 병명을 규명하고 치료하는 행위는 의학과 한의학 간에 서로 다른 학문적 기초를 토대로 한다 하더라도 이에 앞서 환자의 용태를 관찰하는 진찰 방법이나 수단은 (의학과 한의학 간에)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권용진(權容鎭) 대변인은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판결은 양방과 한방으로 나뉜 우리 의료계의 패러다임을 깨는 것”이라며 “의약분업 때보다 더 심각한 사태로 전국 의대 전공의 등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강력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의료계의 큰 반발이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의 의료체계를 근본부터 뒤집는다는 것이다.

반면 한방에서는 크게 환영하고 있다. 한 한의사는 “그동안 제한이 많아 현대의학의 접목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 판결로 진료의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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