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포커스 피플/부평고 동문 녹사자축구단

  • 입력 2004년 12월 12일 2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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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 오전 선후배가 모여 축구를 한 뒤 해장국에 막걸리를 마시며 풀어놓는 세상 이야기들이 참 정겹습니다.”

12일 오전 8시 인천 연수구 청학동 함박중학교 운동장. 30∼40대 남자들이 축구를 하며 땀을 쏟아내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는 30여 명도 “(슛을)때려, (태클로)막아”라고 외치며 선수들과 호흡을 같이했다.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 A팀 감독을 맡은 최영수 씨(43)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야, 저쪽 팀(B팀)은 날아다니는데 너희는 왜 그렇게 몸이 무거워. 그래서 토요일에는 제발 술 먹지 말라고 한 것 아냐.”

감독의 불호령에도 연신 땀을 닦아내는 선수들의 얼굴은 그저 싱글벙글 즐겁기만 하다.

이들은 축구 명문 인천 부평고 동문들이 모여 결성한 축구동호회인 ‘녹사자축구단.’

월드컵축구대회의 감동이 남아 있던 2002년 10월 결성됐다. 이 학교 출신인 김남일(22회)과 이천수 최태욱(이상 26회) 등이 대표팀 주전으로 뛰며 한국 대표팀의 4강 진출 신화를 이뤄내자 최용민 씨(40) 등 9회 졸업생들이 주축이 돼 “축구로 건강도 챙기고, 후배들도 돕자”며 동문 축구단을 만들었다. 구단 이름도 모교의 상징물인 ‘녹사자(綠獅子)’로 지었다.

6∼18회 졸업생 75명으로 구성된 녹사자축구단의 실력은 인천 지역에선 마땅한 상대가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부평고는 일반학생들도 체육시간 대부분을 축구를 하며 보낸 덕분에 동문들의 축구 실력이 수준급이기 때문.

게다가 프로축구단 울산현대 코치인 임종헌, 백암종고 감독인 김봉길, 통진중 감독인 조성희(이상 11회) 신호철(부평동중 감독) 김용삼(제물포중 감독·이상 12회) 이임생 씨(수원삼성 코치·16회) 등이 번갈아가며 축구단을 지도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대회에 출전하는 모교 선수들의 응원은 물론 회식, 전지훈련 등 뒷바라지에도 열성이다. 내년부터는 선수들에게 장학금과 생활비를 도와주고 운동용품 등을 전달하는 ‘후배 보살피기 운동’에 나서기로 하고 체계적 지원을 위한 기금 마련에 한창이다. 기금 목표액은 5억원.

축구단장을 맡고 있는 강인선 씨(43·6회)는 “선후배가 뒤엉켜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다 보면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다”며 “60세가 넘어서도 동문들과 축구하면서 건강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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