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수능不正]“언어-수리 문제지 700만원”

  • 입력 2004년 11월 24일 0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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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 수리, 외국어, 한문 등 1, 2, 3, 5교시 시험지와 답안을 입수했다. 시험지를 살 사람은 010-×××-××××로 연락 바란다.’

수능시험을 엿새 앞둔 11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수능 답안지 긴급 입수’(cafe.daum.net/govs2005)라는 제목의 카페가 개설됐다. 카페에는 이 같은 내용의 글이 올려져 있었다.

본보 취재팀이 위의 전화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자 40, 50대로 추정되는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그는 “지금 답안지를 만들고 있는 중이니 내일 아침에 다시 연락하자. 가격은 4과목에 500만원이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진짜인지 어떻게 믿느냐”고 묻자 그는 “여러 명이 빼내 온 것이다. 믿지 못하면 거래할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아침 다시 연락이 된 그는 “팀 내에 문제가 생겨 문제지가 줄었다. 언어영역, 수리탐구영역 ‘나’형 문제지만 갖고 있다. 감시가 심하니 가격을 올려야겠다”며 700만원을 요구했다.

그는 “대구 대전 등 곳곳에서 연락이 온다”며 “주로 학원 강사나 학부모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계좌로 돈을 보내주면 모범택시를 이용해 주소지로 문제지를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이들과 접촉한 학부모 김모씨(50)는 “솔직히 급한 마음에 얼마를 주고라도 시험지를 사려 했지만 갑자기 접촉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곧바로 이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이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외국인 명의로 된 ‘선불제’ 전화임을 밝혀냈으며 계좌 역시 노숙자 명의로 된 이른바 ‘대포 계좌’로 확인됐다. 카페 개설자 역시 명의를 도용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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