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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19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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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외교관 등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보상적’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지금은 현지에서 충실하게 공부한 학생보다는 국내에서 ‘사교육’을 열심히 받은 학생이 주로 선발되는 등 왜곡 운영되고 있다는 것.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완진(金完鎭) 본부장은 19일 “서울대의 경우 현재의 재외국민전형 제도는 폐지하되 해외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원 내에서 우수학생을 선발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부 계층의 편법입학 수단이 되지 않도록 현지에서의 학업성취도 등을 반영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응시자 절반 이상이 명문대, 인기학과 입학=재외국민특별전형은 ‘정원 외’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명문대와 인기학과 진학이 용이한 편이다.
실제 올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권철현(權哲賢·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0학년도 특별전형 지원자의 50.5%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10개 주요 대학에 진학했다.
이는 같은 해 국내 고교 출신 일반전형 지원자의 15%만이 이들 대학에 진학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비율.
또 지방 주요 국립대의 경우 이 제도로 입학한 학생의 3분의 2가량이 의약학계열 등 인기계열에 편중됐다.
경북대 등 4개 국립대 2002∼2004학년도 특별전형 입학생 129명 가운데 63.6%인 82명이 의예과 치의예과 수의예과 약학과 등에 진학했다. 의약학 계열 이외를 선택한 경우에도 대부분 경영학과, 법학과 등 인기학과에 몰렸다.
▽과외 매진, 현지 학업 소홀=대부분의 대학이 현지에서의 학업충실도나 특기 등 개인의 역량 중심이 아닌 논술, 수학, 영어시험 등으로 전형을 실시하고 있는 것도 문제.
특별전형전문학원인 세한아카데미 김철영 대표는 “현지의 장점을 살려 국제학교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들이 특별전형 때문에 현지 학업을 소홀히 하고 있다”며 “방과 후 별도의 과외를 받는 등 학생에게는 이중의 고통”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특별전형전문학원은 국내는 물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만 10여개가 있을 정도로 일부 외국에서도 성업 중이다.
미국 뉴욕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양(17)은 “과외를 받기 쉬운 동남아와는 달리 미국에는 전문학원이 없어 준비하기 어렵다”며 “방학 때마다 한국에 와서 국어, 논술 위주로 과외를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전문학원 관계자는 “어머니와 함께, 혹은 혼자 먼저 귀국해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학생이 서울 강남지역에만 500명 정도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과외 중심의 교육을 받은 학생이 선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대학에 입학한 뒤 학업적응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학 관계자는 “특별전형을 위해 일부러 외국에서 한국인 학교를 다니는 등 편법 입학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지만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일본 게이오대에서는 특별전형에서 현지 학교 학습, 현지 학교 교사 및 카운슬러의 평가를 최대한 반영한 뒤 심층면접을 실시한다”며 “현지 학교에 대한 누적 데이터를 갖추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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