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가 끝나자 고씨는 대리운전으로 군산 시내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히터를 켠 채 승용차 안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가 새벽 2시경 머플러 과열로 승용차에 불이 나 질식해 숨졌다.
고씨의 부인(34)는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보상금과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승용차에서 잠이 든 것은 고인의 잘못"이라며 거절했다.
고씨 부인은 법원에 소송을 냈고 1, 2심 재판부는 고씨 부인의 손을 들어줬다. 사장의 지시에 따른 술 접대였던 만큼 외근 업무에 해당하는 출장으로 봐야 하며, 따라서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것.
그러나 대법원 1부(주심 이용우·李勇雨 대법관)는 11일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대법원은 "업무를 마친 뒤 사무실이 아닌 집으로 곧장 돌아갈 경우 귀가행위까지 출장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다"며 "이 사건에서는 고인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에 도착해 승용차를 주차한 순간 출장업무가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고인의 행위가 출장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출장업무의 정상적 경로를 벗어난 것이어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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