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벤처 영웅’… 3R 대표 장성익씨 구속

  • 입력 2004년 11월 16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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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국민수·鞠敏秀)가 회사공금 횡령 혐의 등으로 최근 구속 기소한 ‘3R’ 대표이사 장성익(張成翼·37·사진)씨. 그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젊은이들에겐 우상과 같은 존재였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불과 28세이던 1995년 그는 서울대 역사상 최연소 박사가 됐다. 내로라하는 연구소나 대기업 등의 손길을 뿌리치고 대학 은사, 후배 등 10여명과 함께 당시로선 이름도 생소했던 ‘벤처기업’을 창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96년 10월 서울대 근처에 조그만 사무실을 내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디지털영상솔루션 개발에 매달리기를 4년. 마침내 기존 아날로그 테이프 방식의 폐쇄회로(CC)TV를 디지털화(DVR)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회사는 2000년 코스닥에 등록됐고 때마침 불어 닥친 벤처열풍과 함께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은 13만원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001년 이후 각종 게이트가 터지면서 벤처거품이 급속히 빠졌고 장씨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장씨가 기업 인수합병(M&A)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 2002년 이후 현대시스콤 등 3개 기업을 잇달아 인수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기업 인수합병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4개의 ‘페이퍼 컴퍼니(가상회사)’를 차렸다. 이들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은행 대출이나 사채를 얻었는데 이때 3R의 예금과 자사주 등을 담보로 무단 제공(횡령)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이 밝힌 회사돈 횡령 액수는 168억여원. 그러나 장씨는 검찰 조사에서 “회사(3R)를 살리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에 나섰으며 이를 위해 회사돈을 잠시 빌린 것일 뿐”이라며 “이익이 나면 회사에 다시 채워 넣으려 했다”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의 휴대전화기술 핵심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는 현대시스콤을 올해 3월 중국계 미국 통신업체 UT스타컴에 매각했고 이 때문에 특정기술 해외유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회사돈 횡령 혐의도 드러나 법정에도 서게 됐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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