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8만명에 음란폰팅 스팸…수십억 챙긴 8명 구속

  • 입력 2004년 11월 8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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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이에요. ○○○-○○○○으로 전화주세요.’

밤낮없이 휴대전화에 찍히는 스팸 메시지의 하나다.

인터넷 경품행사에 참가하거나 게임사이트에 가입하면서 제공한 개인정보가 자신도 모르게 폰팅업체에 고스란히 넘겨져 ‘음란 스팸 메시지’로 돌아오고 있다.

모 온라인 이벤트업체 대표 문모씨(43)는 신용카드사나 은행 등의 온라인 경품행사를 대행하면서 행사 참가 고객 168만명의 개인정보를 얻었다. 문씨는 이를 폰팅업자에게 영업 수익금의 40%를 받는 조건으로 불법 제공했고 그동안 2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온라인 게임사이트를 운영한 김모씨(35)는 회원들이 고스톱 포커 등 게임을 이용하기 위해 입력한 휴대전화 번호 등 22만여명의 개인정보를 폰팅업체에 3000만원을 받고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컴퓨터수사부(부장 이득홍·李得洪)는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하거나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사들여 폰팅영업에 이용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8일 36명을 적발해 이중 8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에게서 압수한 개인정보는 788만명분에 이른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문씨와 김씨는 190만개의 개인정보를 폰팅업자 손모씨(35)에게 넘겼다. 손씨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에 사무실을 개설해 현지인을 고용, 인터넷을 통해 스팸 메시지를 국내 휴대전화 남성 가입자들에게 발송했다.

남성들이 발신 번호로 전화하면 국내에 있는 이들에게 고용된 여성들이 전화를 받아 마치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이 이뤄질 것처럼 가장해 통화를 질질 끈다. 업자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30초당 500원의 통화료를 받아 그동안 17억여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폰팅업자 이모씨(40)는 인터넷을 통해 개인정보 판매상에게서 598만명의 개인정보를 구입해 이 중 남성들에게 2000만통의 스팸 문자메시지를 발송, 폰팅영업으로 17억원을 챙겼다. 폰팅업자 차모씨(48)는 컴퓨터 전문가를 고용해 수사기관이나 유력 인사의 전화번호는 자동으로 제외하도록 하는 프로그램까지 개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자동전화발송시스템 등을 이용해 휴대전화 사용자들에게 전화광고 200만통을 발송해 폰팅영업을 통해 5억원을 가로챈 김모씨(41) 등 7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또 이동통신회사가 ‘060’ 번호를 스팸 처리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발신번호를 속여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나모씨(41) 등 폰팅업자 17명을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하고 달아난 4명을 지명 수배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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