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프린스턴大 총장 “경제적 차이가 大入장벽 돼선 안돼”

  • 입력 2004년 11월 2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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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선발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국내외를 통틀어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을 뽑는 것입니다.”

하버드대 예일대와 더불어 미국 3대 명문대인 프린스턴대 셜리 틸먼 총장(58)은 2일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의 초청으로 서울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틸먼 총장은 “경제적 혜택을 받은 학생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대학에 들어올 수 있는 학생은 특권층 출신밖에 없다”며 “사회경제적 배경이 대학 교육을 받는 데 장애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 대학도 (가난하지만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데 있어) 한국과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프린스턴대는 학생 선발과정에서 등록금을 낼 수 있는지나 출신지역, 가정환경 등을 전혀 묻지 않는 독특한 제도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에세이 인터뷰 추천서 등 다양한 전형 요소를 통해 미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점수 등 드러난 성적뿐 아니라 학생의 리더십과 잠재력을 평가한다는 것. 틸먼 총장은 “탁월한 지적 능력이 매우 중요하지만 인류와 세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포부, 삶을 보다 즐겁고 재미있게 살고자 하는 태도도 주요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프린스턴대의 장학금 제도와 관련해 틸먼 총장은 “학부 재학생 절반 이상이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으며 학부생의 7%가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을 간 (상대적으로 가난한) 학생”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넉넉한 재정 지원이 가능한 것은 그동안 프린스턴대가 배출한 동문들의 기부 덕분. 대학 예산의 40%가 동문들이 낸 100억달러가 넘는 기부금에서 나오는 이자로 충당된다. 그는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졸업생들이 가난한 후배들에게 똑같은 기회가 부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틸먼 총장은 “프린스턴대는 현재 국제지역학연구소를 설립해 그동안 분리돼 있던 각 지역 연구의 교류를 시도하는 한편 재학생들의 외국 경험을 늘리고 외국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대학에 있어 국제화는 매우 절실한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학부와 대학원을 통틀어 학생 수가 6000명 안팎에 불과한 프린스턴대가 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뛰어난 연구 업적을 남긴 것에 대해 “학생 수와 교육의 질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프린스턴대의 경우 학생과 교수의 비율이 6 대 1로, 친밀한 분위기에서 깊이 있는 수업이 가능합니다. 300명이 모여 대형 강의를 듣는 것과 원탁에서 함께 토론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죠. 또 학생들은 졸업 전 1년 동안 교수에게 1 대 1 지도를 받으며 논문을 쓰는 과정을 통해 분석력과 비판력, 독립된 사고력을 기릅니다.”

258년의 프린스턴대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장인 그는 여성 과학자이자 총장으로서의 경험에 대해 “중요한 것은 컴퓨터, 물리학 등 아직 여성에게 생소한 분야의 여성 교수를 많이 확보해 여학생들에게 학자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며 “보육문제 등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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