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청소년 자살 방지 사회가 나서야”

  • 입력 2004년 10월 27일 21시 22분


24일 광주에서 남자 중학생이 부모에게서 “공부를 게을리 한다”는 꾸중을 들은 뒤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지난달에는 대구시내 한 건물에서 고교 3학년 여학생이 투신해 숨지기도 했다.

이처럼 청소년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지만 사회적 안전장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2000년 이후 매년 국내에서 자살하는 청소년이 300여명에 달해 자살이 청소년 사망의 3대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2001년의 경우 국내 15∼24세의 사망원인 가운데 자살이 전체 사망률의 15.9%를 차지해 암으로 인한 사망률(10.7%)보다 높았다.

이와 관련해 대구한의대 청소년문제연구소(소장 한상철·韓相哲)는 최근 ‘자살 위험 청소년 대책’을 주제로 한 특별세미나를 열었다.

주제발표를 한 중앙대 청소년학과 임영식 교수는 “가정과 사회로부터 큰 기대를 받으며 성장하는 청소년들은 늘 심리적 부담에 짓눌려 자살 충동을 겪기 쉽다”며 “한국은 청소년 자살을 막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이 78초마다 한 명씩 자살을 시도하는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2000년부터 ‘국가 전략’을 세워 매년 6조원 정도를 ‘자살행동 치료비’에 쓰고 있다.

일본과 영국, 중국도 국가 차원에서 청소년 자살을 막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임 교수는 “전국의 초중고 학생 2807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34%가 자살사이트에 접속한 적이 있었고 이 중 ‘실제 자살을 계획했다’는 응답이 34%나 됐다”며 “인터넷 발달로 청소년이 자살 충동을 일으킬 위험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소년 자살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별다른 대책은 없는 편이다.

청소년들이 어떤 이유에서 자살을 시도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자살을 시도했을 경우 가정과 사회, 국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것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에 따르면 10대가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유는 부모와의 갈등이나 학교성적부진 등으로 나타났다.

임 교수는 “자살을 시도했던 청소년은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살을 나쁘게 보는 사회적 편견부터 이겨내도록 지역 단위의 교육프로그램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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