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퇴직자들 금융사로…금융사로…“후배가 제대로 감독하겠나”

  • 입력 2004년 10월 1일 18시 17분


2002년 이후 금융감독원을 그만둔 퇴직자의 절반가량이 금감원의 감독 대상인 은행과 증권회사 등 금융회사의 감사나 임원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이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영세(權寧世·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금감원 퇴직자 89명 가운데 42명(47.2%)이 금융회사의 감사나 임원으로 취업했다.

금융권별로 보면 석명철 삼성증권 상무 등 증권회사에 취업한 사람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권석 기업은행장, 이순철 하나은행 감사, 이성남 국민은행 전 감사 등 9명은 은행에 취업했다. 또 보험회사는 이수열 대한생명 상무 등 6명, 카드회사는 이종호 LG카드 부사장 등 5명, 상호저축은행은 오세웅 홍익상호저축은행 이사 등 4명이었다.

특히 올해 금감원을 그만둔 25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14명은 퇴직 후 1개월 안에 금융회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이후 금융회사에 재취업한 금감원 퇴직자는 모두 7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당시 2급(부국장 또는 고참 팀장) 이상인 금감원 임직원은 퇴직 직전 3년 동안 일했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사기업에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이 규정을 피하기 위해 퇴직 전 3년 동안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금융회사에 취업했다. 은행에 취업하고 싶은 사람은 퇴직 전 3년 동안 보험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등 미리 경력을 관리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정기홍 서울보증보험 사장 등 4명은 행정자치부의 허가를 얻어 예외적으로 퇴직 3년 전 맡았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금융회사에 취업했다.

권 의원은 “함께 일하던 선배가 감사 등을 맡고 있는 금융회사를 현직에 있는 후배가 제대로 감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이 금융 실무 및 내부통제 업무 관련 전문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금감원 출신을 선호해 나타난 결과”라고 반박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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