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료기술-인적수준 빠진 평가항목 실효성 논란

  • 입력 2004년 8월 30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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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품질 향상을 목표로 보건복지부가 처음으로 전국 85개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31일부터 실시하는 병원평가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병원들은 “이번 평가가 시설에 치중하는 등 의료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병원들은 또 “의사, 간호사,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이틀 동안 병원 전체를 평가하는 것을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번 평가는 11월 5일까지 병원별로 총 150여개 항목에 대해 진행된다.

▽알맹이 빠진 평가=병원들은 무엇보다 이번 평가에서 의료기술과 의료진에 대한 항목이 빠져 있는 점을 지적한다.

A대학병원 박모 교수는 “최신 시설을 구비하고 건물이 번지르르 하면 의료의 품질도 높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교수는 “국제과학저널(SCI) 논문 게재 현황, 질환별 환자의 사망률과 생존율 등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환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염두에 두다 보니 의료진 평가에 대해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며 “이 부분은 장기적으로 평가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현실적인 평가항목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응급실의 경우 환자에게 제대로 응급조치를 했느냐가 중요한데도 얼마나 빨리 치료해 귀가시켰느냐가 평가항목으로 정해져 있다. 극히 사소한 영역까지 평가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높다.

▽준비 없는 평가=병원 평가 결과는 국민의 의료복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그동안 6회에 걸쳐 진행된 시험평가에 대해서는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이번에는 결과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평가한 후 점수를 어떻게 매길 것인지, 결과 공개는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좋은 점수를 받은 병원에 대해 어떤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

복지부는 “서류 평가를 모두 취합한 뒤 점수 산정방법을 논의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인센티브를 줄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의료계에서 이번 평가를 ‘준비 없는 평가’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평가단원은 “환자에게도 별 도움이 안 되고 병원들만 힘든 평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병원은 공사 중=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공식적인 평가를 앞두고 좋은 점수를 얻으려는 병원들은 벌써 시설공사에 들어갔거나 검토 중이다.

서울의 A병원은 곧 본관 4층에 장애인용 화장실 공사에 들어간다. B병원 역시 시설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지방의 일부 병원도 이미 시설확충 공사에 들어갔다.

31일 ‘첫 매’를 맞는 C병원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해 공사를 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병원은 급한 마음에 최근 안내판을 모두 새것으로 교체했다.

병원 평가항목 중 논쟁이 있는 항목
병원 평가단 조사 항목병원측 입장
화장실 바닥에 물기가 남아있는가. 문턱은 얼마나 높은가.조사시점에 따라 물기 상태는 다르며 문턱 높이 역시 평가단의 주관에 의존하고 있음.
병실 쓰레기통은 얼마나 자주 비우고 있나.환자의 답변에 의존해 객관성이 부족함.
1인당 MRI, CT검사는 10분을 넘기고 있지 않나. 환자가 많은 대형병원일수록 이동시간 때문에 10분 내 검사는 불가능함.
“담당의사의 진료서비스에 만족합니까” 등 환자 대상 설문조사. 답변자의 선정 기준이 없어 평가단의 의도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음.
모든 검사실에 검사용 모니터를 비치할 것.병에 따라서 모니터가 불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현실을 무시해 장비 투자비용 증가.
(의료진 평가 항목 없음)의료 서비스의 핵심이 의료진의 품질인데 평가항목 없음.
응급실 이용환자가 얼마나 빨리 병실 또는 집으로 돌아갔는가.응급실 환자는 상황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더 필수적임.
약을 투약할 때 1회분으로 포장하고 있나.포장보다는 투약시스템의 오류, 약품모니터링이 더 중요함.
평가 자료는 서류로 제출할 것. 파일 형태로 보관 중이어서 많은 인력이 투입돼 수작업을 해야 함.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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