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두메산골서 미래 파일럿 키워요”

  • 입력 2004년 6월 24일 2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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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공군부대에 가 훈련기를 직접 타보고 시뮬레이터에서 모의비행을 체험하는 등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경험을 한 이후 미래에 대한 도전의식이 훨씬 강해졌습니다.”

두메산골인 경북 의성군 신평면 중율리의 안평중학교 신평분교 전교생 7명과 함께 최근 공군 제16전투비행단을 방문했던 이 분교 과학담당 유영종(兪永宗·42) 교사는 24일 훌륭한 파일럿이 되겠다는 학생들의 꿈이 좀더 굳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 교사는 학생들이 올 9월 경기 고양시에 열리는 ‘한국항공대학 총장배 모형항공기대회’에도 참가할 것을 적극 요청해 1박2일 일정에 소요될 경비 문제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 들어 학교 운영비 등을 활용해 학생들이 이미 공군참모총장배대회와 청소년과학경진대회 등에 참가했기 때문에 관련 예산에 여유가 없다”며 “그러나 어떻게든 경비를 마련해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평분교 학생들은 이한호(李漢鎬) 공군참모총장의 배려로 2일 제16전투비행단을 방문, T59 훈련기를 탄 채 활주로를 달리고 전투기 조종사들과 만나 항공기에 대한 설명을 듣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공군부대 방문은 전교생 중 4명이 5월에 열린 공군참모총장배 모형항공기대회 본선에서 입선하는 등 두메산골의 중학생들이 파일럿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뤄졌다. 이곳은 마을버스가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에 맞춰 하루에 두 차례 정도 운행할 뿐 다른 대중 교통수단은 전혀 없는 벽지.

유 교사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교육여건 등도 열악한 이곳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었다. 2002년 3월 이곳에 부임한 그는 학생들이 과학 분야 중 유난히 모형항공기를 만들고 날리는 것을 좋아하자 토론과 실습 등을 거쳐 이 해부터 관련 대회에 참가토록 격려했다.

2학년인 김도형군(13)은 “내 손으로 만든 모형비행기가 하늘 높이 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뿌듯해진다”며 “선생님의 권유로 모형비행기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유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이 시작되기 전과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 등을 가리지 않고 과학실에 모일 정도로 모형항공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재미가 있으니까 학생들 스스로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 출신으로 경북대 사범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20km 떨어진 집에서 차를 몰고 출퇴근하고 있다.

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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