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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4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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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개인기 하나쯤은 필수인 요즘,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개인기는 노래도 춤도 아닌 ‘마술’이다. 특히 ‘왕따’ 문제가 심각해지고, 마술을 배우면 자신감이 생기고 성격도 활달하게 변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마술학원에는 엄마 손을 붙잡고 찾아오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마술 붐을 타고 ‘비즈매직’ ‘헬로매직’ ‘매직리더스’ ‘매직라인’ 등 마술전문학원도 10여 군데 생겨났다. 또한 생일파티 때 마술사가 찾아가 아이들에게 마술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해 마술 해법이 공유되면서 마술의 폭발적 대중화를 가져왔다. 현재 온라인 최대 마술동호회로 꼽히는 인터넷 다음의 ‘마술학교’(cafe.daum.net/magicschool)의 회원수는 11만명을 넘어섰다.
● ‘보는 마술’에서 ‘배우는 마술’로
12일부터 7월 11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리는 미국 브로드웨이 팀의 내한공연 ‘어니의 마법학교’는 모든 관객이 해리포터의 망토를 입고 마법학교에 입학해 마술을 체험하는 형식의 공연이다. ‘매직특별석’(8만원)의 예매율이 가장 높다. 그 이유는 공연을 마치고 마술사 어니씨가 ‘매직특별석’에 앉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1시간 동안 마술을 직접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케이블 방송인 JEI재능방송의 ‘도전! 매직 키즈’(금 오후 4:30)는 전문 마술사 이경빈 김소정씨가 마술시범을 보여주고, 아이들이 그 마술을 얼마나 잘 해내는지 겨루는 프로그램으로 매회 초중학생 신청자들의 열기로 뜨겁다.
1998년부터 매직스쿨을 운영 중인 ‘알렉산더 매직 패밀리’의 김준오 마술감독은 “예전에는 주로 바텐더나 영업직에 있는 어른들이 마술을 배웠는데 요즘은 학생들이 더 많이 찾는다”며 “20일 열릴 예정인 제4회 대한민국 마술대회의 경우 초중고교생 참가자들이 80∼9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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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변학원에서 마술학원으로
마술은 상호교감을 중요시하는 21세기형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예전에 소심한 아이들에게 화술을 가르치고 성격을 개조하기 위해 웅변학원이 인기를 끌었다면, 요즘엔 마술학원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추세다.
지난달 말 열린 ‘코리아컵 매직 콘테스트’의 최연소 출전자인 박예슬군(16)은 “마술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남들 앞에 서면 말도 못하고 툭하면 울음을 터뜨렸던 박군은 중2 때부터 마술을 배운 뒤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생으로 변했다.
한국마술협회 정은선 회장은 “어린이나 청소년이 마술을 하면 같은 사물을 봐도 주의 깊게 쳐다보고, 항상 창의적 표현방식을 궁리하기 때문에 학업성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마술의 교육적 효과를 인식해 마술을 수업에 활용하는 교사들도 있다. 4년째 마술을 배우고 있는 김시원 교사(경기 마석초교)는 “수업시작 전 동전이나 분필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보여주면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집중한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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