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롯데 자이언츠’ 팀성적은 꼴찌 관중몰이는 일등

《갈매기는 대개 철새다. 한국의 연안과 하천에서 서식하는 대표 종인 붉은 부리 갈매기, 괭이 갈매기, 큰 재갈매기는 꽃 피는 봄 4월이면 북쪽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텃새로 1년 내내 상주하고 4월이면 오히려 제 철을 만난 듯 더욱 기승을 부리는 갈매기가 있다. ‘부산 갈매기’가 바로 그들이다. 요즘 사직야구장은 부산 갈매기의 성화로 북새통을 이룬다. 매표소 앞은 늘 긴 행렬을 이루고 파도타기와 신문지, 라이터 응원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프로야구 연고팀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꼴찌의 불명예를 안은 데 이어 올해 역시 25일 현재 꼴찌. 그런데도 롯데가 국내 최고의 인기구단으로 부활한 비결은 무엇일까. 성적은 꼴찌인데 인기는 최고인 롯데의 의문점을 풀기 위해 미국 일본의 최고 인기구단인 뉴욕 양키스, 한신 타이거스와 비교해봤다.》

○ 뉴욕 양키스=Best(최고)

유학 시절 LA다저스에서 인턴사원을 했던 박정근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과장은 양키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Best of Best’라고 했다. 한해 연봉만도 무려 2억달러(약 2400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거액을 지출하는 ‘영원한 제국’ 양키스는 최고의 선수로 최고의 팀을 만드는 게 지상 목표.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과 꼭 맞아 떨어지는 개념이다.

양키스가 미국의 경제 수도인 뉴욕에 프랜차이즈를 두고 백인과 엘리트층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것도 라이벌 구단인 보스턴, 뉴욕 메츠 등과 차별되는 이유다.

월드시리즈 26회 우승, 아메리칸리그 39회 우승에 빛나는 양키스는 초창기인 19세기에는 대표적인 약체였지만 1919년 보스턴 레드삭스로부터 베이브 루스를 헐값에 데려오면서 최강으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반면 보스턴은 이후 84년 동안 리그 우승 4회에 그쳤으며 그나마 4번 나간 월드시리즈에서는 악재와 불운이 겹치며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 한신 타이거스=닌(忍·인내)

이에 비해 한신은 롯데와 일맥상통한다. 98년부터 4년 연속 센트럴리그 꼴찌에 머문 한신은 만년 하위 팀. 지난해 호시노 센이치 감독 시절 리그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1936년 창단 후 85년 재팬시리즈 우승이 유일하고 리그 우승은 4회가 고작이다.

그러나 한국인이면서 일본 고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친 특이한 경력의 조희준 KBO 총무과장은 한신의 인기 비결을 롯데와는 다른 ‘닌(忍)’으로 설명했다.

이는 일본의 국민성과 프로리그 태생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본은 6개 팀으로 출발했던 국내와는 달리 1934년 ‘교진(거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한 팀만으로 프로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년 후 한신이 생긴 것은 요미우리의 연습 파트너를 찾던 중 한신 전철회사가 고시엔구장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뿐이었다. 한신은 지금도 마찬가지만 당시에도 대기업은 아니었고 여러 전철회사 중 거의 최하위의 기업이었다.

이런 한신이 최고 인기 팀이 된 데는 간토(도쿄 인근)와 간사이(오사카 인근)의 지역감정이 큰 역할을 했다. 요미우리는 예상대로 최고 명문구단으로 자리 잡은 반면 한신은 만년 하위에 머물렀지만 간사이 사람들은 “언젠가 교진을 꺾을 날이 올 것”이란 희망 하나로 한신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 롯데=한(恨)

이에 비해 롯데는 한국의 국민성과 상통하는 ‘한(恨)’의 팀이다. 서울 다음의 대도시인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 팬은 한신 팬처럼 열등감이나 피해의식은 별로 없다.

부산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야구에 눈을 뜬 도시다. 이상구 롯데 단장은 “일본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으로 오래 전부터 일본 야구를 접할 수 있었던 게 부산 팬의 야구사랑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산은 프로축구 아이콘스와 프로농구 KTF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독 야구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투고타저’의 팀인 롯데의 경기는 늘 팬을 감질나게 한다. 지난 3년간을 제외하면 대승과 대패는 드물었다. 강병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84년과 92년 2회 우승했지만 모두 팀 승률 4위로 어렵사리 올라와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일궈냈다. 40대 초반의 양상문 감독 체제로 팀을 재정비한 올해도 1점차 승부와 역전 승부가 다른 팀에 비해 유난히 많다.

여기에 사나이 일편단심을 최고의 미덕으로 꼽는 부산 갈매기의 ‘한’이 접목됐다. 때문에 롯데의 응원은 다른 구단에 비해 다소 거칠게 느껴지기 한다.

물론 올해 롯데가 60억 원 이상을 들여 정수근 이상목 등 거물 자유계약선수(FA)를 데려오는 등 아낌없는 투자를 한 것도 인기 만회의 원인. 김동진 운영팀장은 “구단이 팬들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고 그 보답으로 투자 의지와 회생 가능성을 보여준 게 어필한 것같다”고 말했다.

▼올 15만3천여명 입장… 작년보다 3.4배 늘어▼

지난해 프로야구 관중은 총 272만 여명. 올해는 25일 현재 평균 관중이 지난해에 비해 5.3% 증가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승엽이 떠난 삼성이 33%, 기아가 23.8%가 감소한 것을 비롯, 대부분의 구단이 하향세를 기록했다.

시즌 초에 관중이 많은 것을 감안해 지난해 5월25일까지의 관중과 올 시즌 같은 기간 관중수를 비교 해보면 더욱 극명하다. 전체 평균 관중은 6.9%가 줄었고 7개 구단의 관중이 감소했다.

유일하게 관중이 늘어난 팀이 롯데다. 롯데는 지난해보다 3.4배나 관중이 폭증했다. 동기 대비로도 2.6배 수준. 롯데의 지난 해 총 관중은 15만722명. 올해는 시즌 개막 46일 째인 지난 20일 시즌관중 15만3206명을 기록해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91년 사상 최초로 1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던 최고 인기구단 롯데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8개 구단 평균관중 비교
구단	구장	2004년	2003년	증감
LG	잠실	11,285명	11,147명	+1.0%
두산	잠실	6,917명	6,451명	+7.2%
롯데	사직	7,660명	2,284명	+235.4%
삼성	대구	3,623명	5,405명	-33.0%
기아	광주	3,028명	3,972명	-23.8%
SK	문학	6,136명	6,552명	-6.3%
한화	대전	2,310명	2,466명	-6.3%
현대	수원	2,620명	2,611명	+0.3%
평균		5,392명	5,118명	+5.3%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