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서명원신부, 성철스님 연구로 박사학위

  • 입력 2004년 5월 20일 19시 06분


프랑스 출신 신부가 성철 스님 연구로 파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한국 불교를 연구하는 외국인 신부’로 유명한 서명원(베르나르도 스니칼·51) 신부가 최근 ‘성철 스님의 생애와 전서(全書)’라는 논문으로 파리 7대학에서 박사학위 심사를 통과했다. 방대한 용어 설명 등을 담은 이 논문은 1350쪽에 이른다.

예수회 소속인 서 신부는 1984년 예수회 한국지구에 파견돼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사찰의 풍경소리와 그윽한 향냄새에 끌린’ 서 신부는 5년간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 불교와 문화를 체험했다. 그는 평소 “나는 전생에 한국 스님이었던 같다. 중생 교화를 위해 서양에 태어나기를 원했는데 가톨릭 집안에 태어나 신부가 됐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푹 빠졌다.

서 신부가 성철 스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전남 송광사 구산 스님의 제자인 로버트 버스웰 교수의 책을 읽은 후. 이 책에서 성철 스님의 ‘돈오돈수(頓悟頓修·단번에 깨달아서 단번에 도를 닦는다)’ 대목을 보자마자 그는 “바로 내 박사논문 주제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논문 작성을 위해 ‘육조단경 주해’ ‘백일법문’ ‘선문정로’ 등 성철 스님 저서의 주요 내용을 암송할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서 신부는 평소 성철 스님에 대해 “‘초군정안’(超群正眼), 즉 무리를 뛰어넘는 바른 눈을 가진 분”이라며 “나는 성철 스님의 제자이자 예수의 제자”라고 얘기해 왔다.

서 신부는 성철 스님 연구뿐만 아니라 가톨릭 영성(靈性)수련에 불교 선 수행 방식을 접목해 한국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신자들을 이끌어왔다. 그는 “인간의 본래 모습은 하느님을 닮았다는 그리스도교의 교리와 모든 인간은 불성(佛性)을 지녔다는 불교의 가르침은 인간의 이해라는 측면에서 닮았다”고 말했다.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11일 프랑스로 출국한 서 신부는 23일 입국한다. 앞으로 ‘선문정로’ 등 성철 스님의 저서를 프랑스어로 번역할 계획이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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