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 세상을 위해” 70대 할아버지 전재산1억 기부

  • 입력 2004년 5월 17일 18시 56분


《평생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70대가 효자 효녀 효부 200명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 주인공은 경남 함안군 산인면 부봉리 출신으로 지금은 부산에 살고 있는 이병돈(李秉墩·73)씨. 》

그는 효자와 효녀, 효부(孝婦) 등 200명의 계좌번호를 경남도로부터 넘겨받아 17일 50만원씩을 입금했다. 이들은 진해시 이동에서 목욕탕 청소부로 일하며 93세의 시어머니를 봉양하고 있는 도영자씨(68·여) 등 효심이 지극한 사람들이다. 여덟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신문배달을 하며 홀어머니 아래서 어렵게 자란 이씨는 부산상고, 동아대를 졸업한 뒤 은행과 신용금고 등에서 40여년을 근무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할 당시에도 술을 마시지 않았고 대중교통만 이용했다. 검소한 생활습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에어컨도 없는 18평짜리 서민아파트에 혼자 살면서 돈을 아낄 생각으로 가까운 구청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도 한다.

이씨는 “1993년 퇴직 후 여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금과 그동안 저축한 돈으로 고향 마을에 가로등을 기증하고 마을회관 건립비를 보탰으며 형편이 딱한 어린이들에게는 학비도 대줬다. 지난해 6월에는 고향의 효행 가정 20가구에 10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8년 전 부인과 사별한 이씨는 “사랑으로 자식들을 돌봤던 어머니 생각이 지금도 간절하다”며 “죽어서 가져가지도 못할 돈을 효 정신 전파와 남을 돕는 데 쓰는 것만큼 보람 있는 일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자녀 3명은 서울 등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