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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6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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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생활이 어렵거나 거동이 불편하면서도 혼자 사는 노인들을 찾아 세탁봉사 활동을 펴고 있는 강원 춘천시 근화동사무소 공무원 박영구(朴永龜·43·7급)씨. 그는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해야 할 일로 내가 그 일을 맡고 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박씨가 독거노인들을 돕기 시작한 것은 1993년 5월 근화동사무소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면서부터.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관내 기초생활자들을 조사한 결과 독거노인 100여명의 생활이 너무나 열악해 조금이나마 돕고자 한 게 계기가 됐다.
박씨는 94년 9월 무료급식을 시작하다 96년부터는 빨랫감을 거둬 세탁해 주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많은 주민들이 참여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도움의 손길도 줄어 지금은 거의 혼자 하고 있습니다.”
봉사활동 경비는 근무시간 틈틈이 고물을 수집해 충당하고 있다. 지역이 변두리여서 정비공장들이 많은데 이들 공장이 고물로 지원을 해주고 있다는 것.
박씨는 2002년 9월 21일 추석을 앞두고 지역 기초생활보호 대상자 앞으로 배당된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관내를 돌다가 과로에 따른 뇌출혈(뇌 병변장애 3급)로 쓰러졌다. 6개월간의 투병 끝에 지난해 3월 복직했다.
“몸이 불편하다고 외면하면 노인들은 누가 돌보겠습니까. 투병 생활을 하다보니 노인들의 외로움이 더 절실히 느껴졌습니다.”
박씨는 3월에는 사비 980만원을 들여 12인승 승합차를 샀다. 노인들에게 바다를 구경시켜주기 위해서다. 3월 말과 지난달 중순 11명씩 하루 일정으로 바다여행을 실시했다. 매달 두 번씩 바다 구경을 시켜 줄 예정이다. 그는 “보다 많은 후원자가 나타나 독거노인들의 생활이 다소라도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춘천=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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