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전등사 조각상 설화 대학로 연극무대 올라

  • 입력 2004년 5월 4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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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제178호)로 지정된 인천 강화도 전등사 대웅전의 처마 밑 조각상에 얽힌 사연이 뮤지컬로 각색돼 화제다.

이 뮤지컬은 전등사의 조각상 설화와 고려 왕족의 사랑이야기를 줄거리로 한 ‘나부상화(裸婦像畵)’.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세우아트센터에서 9일까지 공연한다.

뮤지컬 소재로 등장한 이 조각상은 그리스 신화에서 어깨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거인 아틀라스처럼 고통스럽게 두 손과 머리로 추녀를 받치고 있는 여인.

이 여인은 전등사 대웅전을 짓는 작업에 참여한 도편수와 사랑을 나누다 그가 맡긴 돈을 챙겨 도망간 이후 도편수에 의해 벌거벗긴 채 고통 받는 형상으로 조각됐다는 설화로 전해져오고 있다.

전등사에는 문화재 19점이 있는데 이 가운데 대웅전 조각상은 전국의 어느 사찰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모습을 띠고 있다.

극단 ‘예우’가 창단 15주년 기념작으로 만든 뮤지컬 나부상화에서는 이성계(李成桂)를 도와 고려 왕족을 멸살시키는데 일조했던 실존인물인 왕동량을 도편수로 각색했다.

정몽주(鄭夢周)와 비견되는 당대 최고의 문인이었던 왕동량은 아내와 자식을 살리기 위해 ‘새 임금이 고려 왕족을 위한 터전을 강화도에 마련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고려 왕족에게 보내 이성계가 수 만 명을 강화 앞바다에서 몰살시킬 수 있도록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에서 왕동량은 아내와 자식마저 살해당하자 도편수가 돼 전국 사찰을 떠돌다 술집작부로부터 배신당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것으로 그려진다.

전등사 궁인창 사무장은 “전등사 설화로만 전해지던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과 접목해 대중 예술로 새롭게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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