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세종로 중앙분리대 “없애자” “넓히자”

  • 입력 2004년 5월 2일 18시 47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이 시민에게 개방됨에 따라 이제 광화문과 숭례문 앞의 시민광장이 어떻게 만들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는 시청 앞 광장과는 별도로 광화문 앞과 숭례문 앞에 각각 1800평과 1700평의 광장을 만들어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를 보행로로 연결시키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광화문 앞 시민광장 조성과 관련된 세종로 정비 부분. 세종로사거리 부근에 위치한 이순신 장군 동상과 중앙분리대의 은행나무를 이전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달 23일 도시계획 조경 미술 문화재 역사 등 각계 전문가 18명이 참석한 자문회의를 여는 등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를 볼까, 충무공 동상을 보존할까=자문회의에서는 세종로의 양쪽 보도를 넓히고 중앙분리대를 없애는 1안과 중앙분리대를 오히려 넓혀 보행 통행로를 가운데 두는 등의 2, 3안이 논의됐다.

이 중 1안에 따르면 광화문과 경복궁, 청와대를 길에서 한눈에 볼 수 있어 ‘대한민국 대표 가로’의 상징성을 살릴 수 있게 되지만 동상과 은행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대신 2, 3안대로 하면 동상과 은행나무는 그 자리에 보존할 수 있지만 광화문과 청와대, 북악산이 나무에 가려지게 된다.

그러나 어느 안대로 하든지 세종로의 보도가 넓어지고 가로수가 늘어나게 된다.

자문회의에 참석한 김정동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목원대 건축과 교수)은 “경복궁에서 시청에 이르는 길은 주작대로 개념으로 우리나라의 상징 축에 해당한다”며 “광화문을 복원하고 중앙분리대를 없애면 북악산의 정기가 흐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무공 동상과 관련해서는 차도 한가운데 있고 기단부가 너무 높아 가까이 볼 수 없는 만큼 기단을 낮추고 인도 쪽으로 옮겨 좀 더 시민과 가깝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식 여론조사기관에 의뢰=이날 자문위원들은 2 대 1의 비율로 동상과 가로수를 옮겨 세종로에서 광화문과 경복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1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들은 또 “많은 시민이 시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동상 이전에 반대했지만 전체 시민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식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는 방법 등으로 세종로 정비 계획에 관한 시민의 뜻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시는 이달 중 시민광장조성위원회 자문회의를 열고 이르면 이달 말쯤 여론조사나 투표 등으로 시민의 의견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방침이다.

이종상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동상 이전 문제를 포함해 세종로 정비계획에 대해 서울시는 어떠한 예단도 갖고 있지 않다”며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광장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서울 광화문 앞 시민광장 조성에 따른 세종로 정비안이 마련됐다. 중앙분리대를 없애 세종로 어디에서나 청와대와 광화문, 경복궁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1안(왼쪽)과 중앙분리대를 넓혀 충무공 동상과 은행나무를 보존하고 시민들이 그곳을 걸을 수 있게 한 3안. 2안은 3안과 별 차이가 없다. -사진제공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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