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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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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부부의 결정은 즉각 아내 친구들의 거센 반대에 부닥쳤다. 한국인인 아내의 친구들은 ‘두 살도 안 된 애를 유아원에 보내다니…’ 하는 표정을 지으며 “매정하다” “요즘 유아원은 믿을 수 없다”는 충고를 해 줬다.
이런 반응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는 꿋꿋하게 딸을 유아원에 보냈다. 처음엔 어리둥절해 하고 울기만 하던 딸아이는 점차 유아원에 익숙해지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활발한 성격으로 변해 갔다.
프랑스에서였다면 아이를 유아원에 보내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별로 힘든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갓난아기를 다른 방에서 재우고 혼자 놀리는 것은 프랑스에선 아주 흔한 풍경이다. 일찍부터 아이를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거나 유치원에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프랑스인들에겐 자기 방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 살 된 자녀들과 함께 자는 한국 부모들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2년 넘게 서울에서 살면서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의 인성발달에 미치는 자신의 역할을 매우 중시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삶의 인도자’로서의 부모상(像)이 확고한 것이다. 반면 프랑스 부모들은 자녀가 18세 성인이 돼서 집을 떠날 때까지 안전하게 키워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역할을 ‘한시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육아관(觀)은 어린아이를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불완전한 존재로 보기보다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성인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로 생각하는 데에서 온 것이다.
얼마 뒤 우리 부부는 한국의 여느 부부들처럼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학교교육에만 충실할 것인지, 아니면 대다수 한국 아이들처럼 여러 과외학습을 받게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한국에서 어린 학생들이 저녁 늦도록 학원에 다니고 부모는 그 교육비를 대기 위해 직업을 2, 3가지씩 갖는 것을 보고 처음엔 큰 충격을 받았다. 공교육비 완전 면제의 국가에서 온 사람으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프랑스 학교들은 학생들이 문화, 체육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수업시간을 줄여 나가는 추세다.
두 나라의 교육시스템 중 어느 것이 낫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다만 두 나라의 교육 수준에는 별 차이가 없으면서도 그 수준에 이르기까지 부모와 학생들이 택하는 길과 투자하는 노력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국에 사는 이상 한국의 관습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친구들은 우리 부부에게 “될 수 있으면 아이를 ‘프랑스식’으로 키우라”고 충고한다. 많은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교육방식에 적응할 수밖에 없지만 그리 만족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로랑 르브라 로레알코리아 재정담당 전무
약력-1968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91년 파리 HEC 경영대를 졸업했다. 96년 로레알파리에 입사했고 2002년 4월부터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에서 근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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