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요에 의한 성매매여성 보호지침 발표

  • 입력 2004년 4월 4일 18시 32분


그동안 윤락행위방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범죄자’ 최급을 받던 성매매 여성들이 앞으로 강요에 의해 성매매를 했을 경우 ‘피해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경찰청은 9월 23일부터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알선 처벌법)’이 시행되는 것을 계기로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보호 및 성매매 단속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4일 발표했다.

새 대책 중 가장 중요한 골자는 성매매 여성의 지위 변화. 그동안 성매매에 종사한 여성들은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새 법이 시행되면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성매매에 종사한 여성은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 대우를 받게 된다.

또 경찰은 그동안 ‘도덕적인 타락’이라는 뜻이 내포된 ‘윤락’ ‘윤락녀’ 등의 단어 대신 ‘성매매’ ‘성매매 여성’이라는 가치중립적인 단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성매매를 한 외국인 여성들의 지위도 달라진다. 외국인 성매매 여성은 보통 임금체불이나 성폭행 등 불이익을 당해도 강제출국 조치가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피해자로 간주되면 수사 도중 강제출국이 유예된다.

이런 변화에 따라 경찰은 앞으로 성매매 여성이 피해자로 조사를 받을 때에는 상담소 직원 등이 동석할 수 있게 하고 조사도 형사계가 아닌 전문 상담실에서 실시하도록 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경찰서 행정발전위원회에 소속된 의사와 자문변호사를 통해 피해 여성들의 의료 지원 및 법률자문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2007년부터 전국 사창가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데 대해 전국 성매매 업주 연합체인 ‘한터(한 터전에서 일하는 사람들)’는 4일 “곧 성매매 업소 전국 대표들의 모임을 갖고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7일경 모임을 가진 뒤 재산권 침해 소송이나 헌법소원 등을 낼 예정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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