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업무상 질병 비관 자살도 업무재해”

  • 입력 2004년 3월 5일 19시 04분


코멘트
업무 때문에 생긴 질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성백현·成白玹)는 5일 “업무 때문에 생긴 질병을 비관해 자살한 아들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이모씨(65) 부부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자살한 경우 자살자의 질병의 정도와 증상, 신체 및 심리적 상황 등을 따져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을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아들은 업무상 재해 치료 중 의사로부터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더 이상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듣고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정상적 인식 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건설사에서 일하던 이씨의 아들은 96년 12월 상수도 공사장에서 넘어진 이후 오른쪽 어깨가 자주 빠지는 증상이 생겨 꾸준히 수술과 치료를 받았으나 회복되지 않았고 2000년 7월 의사로부터 “더 이상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농약을 마시고 숨졌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