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 부산시장 자살]수감 4개월째… 왜 죽음 택했나

  • 입력 2004년 2월 4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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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며 재판과정에서도 당당한 태도를 보였던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이 왜 갑자기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했을까.

부산시 관계자 등 안 시장의 측근들은 부인할 수 없는 뇌물수수 혐의가 추가로 터져 나온 데 대한 충격과 검찰 수사과정에서 느낀 수치심, 중형선고 예상에 대한 중압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는 부산 동성여객 사장 이광태씨 등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사실이 최근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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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시장은 “35년 공직생활 동안 주요 이권부서에서 근무했어도 한 번도 뇌물 의혹을 받지 않았을 정도로 청렴하게 공직생활을 해왔다”고 자주 말했다. 지난해 9월 30일 진흥기업 박모 전 회장(72)에게서 1억원을 받은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나는 결백하며 음해를 받고 있다”고 반발했다.

진흥기업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도 계속 무죄를 주장한 안 시장은 재판부가 지난달 19일 선고를 연기하고 변론을 재개하자 무죄로 풀려날 가능성이 커졌다며 고무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29일 동성여객에서 3억원을 수표로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남에 따라 스스로 “청렴하다” “결백하다”고 말해 왔던 데 대해 당혹감과 함께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 시장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수뢰혐의는 구형량이 최소 징역 10년, 선고형량이 최소 징역 5년이어서 안 시장은 자포자기 심정에 빠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안 시장의 처조카이자 시장선거 당시 참모였던 김영일씨는 “부산구치소로 돌아온 직후인 3일 오후 3시경 평소의 지친 모습과는 달리 편안해 보여 이상했다”고 말해 안 시장이 부산구치소에 재수감되면서 이미 자살을 결심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측근들은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도 자살의 동기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이 안 시장을 서울구치소까지 승용차로 호송하면서 5시간 이상 줄곧 수갑을 채웠고, 서울중앙지검이 안 시장을 소환하고서 조사도 하지 않고 그냥 부산구치소로 돌려보내 큰 수치심을 줬다”고 말하고 있다.

자살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은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검찰의 무리하고 강압적인 수사가 안 시장의 자살을 초래했다”며 검찰을 비난했다.

안 시장의 비서진도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는데도 보석신청 등이 모두 기각돼 안 시장이 크게 낙담했다”고 말했다.

또 안 시장이 구치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인 데다 지난달 17일 뇌혈전증으로 병원에 호송되는 등 건강까지 악화돼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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