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 부산시장 자살 파문]구치소 수감자 관리에 ‘구멍’

  • 입력 2004년 2월 4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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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의 자살 소식을 들은 부산시민들은 충격을 받았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 진상조사반과 부산지검, 한나라당은 진상조사에 나섰다.

▽부산 현지 표정=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정대규씨(44·회사원)는 “400만 부산시민의 수장이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효영씨(35·주부)는 “이런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관계는 물론 우리 모두가 자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부산시지부는 “총선 승리에 혈안이 된 현 정권의 부산 한나라당 죽이기, 표적사정과 강압수사가 빚은 비극”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부산시지부는 “불미스러운 일로 재판을 받았지만 고인의 부산 발전을 위한 노력과 공적은 평가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부산시지부는 “법무부는 교도행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하고 특히 검찰수사 과정에서 인권유린과 강압수사가 있었는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이날 오전 오거돈(吳巨敦) 부산시장 권한대행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연 뒤 ‘부산시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전 시민이 합심해 부산을 이끌어 가자”고 호소했다.

▽구치소 조사=법무부 진상조사반과 부산지검은 이날 진상조사를 벌였다.

부산구치소에 따르면 안 시장의 사망시간은 4일 0시45분에서 오전 1시3분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안 시장은 3일 오후 8시경 잠자리에 들었으며 당직 근무자가 4일 0시45분경 수감자들의 동태를 관찰할 때만 해도 누워있었다는 것.

김태희(金太熙) 구치소장은 “안 시장이 목을 맨 것을 발견했을 당시 심장박동이 남아 있어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숨졌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부산구치소의 허술한 재소자 관리에 반발하고 있다. 당직 근무자가 불이 훤히 밝혀진 안 시장이 있는 독실의 내부를 볼 수 있는데도 자살시도 움직임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한나라당 진상조사=한나라당 진상조사단은 건강 악화로 수감 생활이 불가능한 안 시장이 장기간 방치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1월 17∼21일 교도관이 작성한 접견록에 ‘안 시장의 의식이 명료하지 못해 부인이 여러 차례 말을 건넸지만 안 시장은 부인을 알아보지 못했다. 안 시장은 부인이 중국음식을 먹는 것을 도와준 뒤에도 부인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또 1월 26일과 2월 3일 접견록에는 ‘몸이 안 좋다. 추운 게 견디기 힘들다. 기운이 없다. 움직일 수 없다’ ‘기력을 회복해야 하는데 빨리 나갈 것 같지 않다. 몸이 많이 상해서 이겨 보려고 하는데…’라고 말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는 것.

20여일 전 안 시장을 면회했던 조사단원 김정훈(金正薰) 변호사는 “당시 안 시장이 ‘나는 이번 사건으로 명예도 잃고 가족도 잃고 다 잃었다. 이제 남은 것은 목숨뿐’이라고 한탄했다”고 밝혔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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