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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28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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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6·25전쟁 직후 설립돼 배움의 기회를 놓친 나이든 사람들에게 중학교 과정을 가르치기 시작한 수도고등공민학교는 반세기 동안 2700여명의 졸업생을 냈다. 현재는 교장을 포함해 9명의 교사가 재직 중이다.
중학교 평준화 이전인 1960년대에는 중학교 시험에 떨어진 어린 학생들이 입학을 하기도 했으나 평준화 이후로는 젊어서 공부하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학교를 찾는 나이든 주부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이 학교를 졸업하는 25명의 늦깎이 학생들은 대부분이 50, 60대 주부. 영어와 수학이 제일 어렵다는 게 여느 학생들과 다를 바 없다.
‘못 배운 게 한이 돼 눈이나 떠 보려고’ 시작한 공부지만 이들은 모두 검정고시를 통과해 3월부터 실업고교에 진학한다.
다음달에 졸업하는 김의자씨(63)는 “아침에 나와 수업 마치고 집에 가면서 시장보고 저녁상 차리면 시간이 딱 맞는다”며 “나이도 들어 힘들지만 가족들이 잘 배려해 줘 고맙다”고 말했다.
고등공민학교는 1950년대 후반에는 서울에만 58개교가 있었다.
그러나 문맹률이 낮아지고 의무교육이 강화되면서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3년 과정을 졸업하더라도 중학교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 불편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지금까지 이 학교가 유지돼 온 것은 설립자인 아버지를 이어 평생을 이 학교에 바친 유수열 이사장 겸 교장의 정열이 한몫했다.
유 교장과 역시 이 학교 교감으로 있는 부인 차선옥(車善玉)씨는 주부학생들의 고부간 갈등, 부부 싸움, 자녀 진학 상담 등 주부 개개인의 생활에 파고들어 해결책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수도고등공민학교는 없어지지만 유 교장은 평생교육기관인 2년제 수도중학교를 통해 성인교육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유 교장 부부는 평생을 성인교육에 이바지한 공로로 이달 말 국민훈장을 받는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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