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의원 8명 사전영장 청구]영장심사 5人 혐의 부인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49분


코멘트
9일 오후 2시 정대철 열린우리당 의원을 시작으로 국회의원 5명과 손길승 SK그룹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잇따라 열려 서울지법 법정 앞은 취재진과 관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후 1시40분경 맨 먼저 모습을 드러낸 정 의원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담담한 목소리로 “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열(尹彰烈·구속)씨와 대우건설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정 의원은 상기된 표정으로 검찰 직원과 수십명의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법정으로 향했다.

최완주(崔完柱)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심사에서 정 의원은 “윤씨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나, 윤씨로부터 어떤 청탁을 받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정 의원에 대한 심리는 30여분 만에 끝났다. 이어 같은 법정에서는 한나라당 박주천(朴柱千) 박명환(朴明煥) 의원에 대한 심리가 이어졌다.

박주천 의원은 기자들에게 “혐의를 전혀 인정할 수 없고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말을 못 하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명환 의원은 “(검찰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법원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짧게 말한 뒤 법정으로 들어갔다.

오후 3시로 예정된 심사를 위해 검찰 직원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박주선(朴柱宣) 민주당 의원은 미소 띤 얼굴로 “정정당당하게 사법부의 심판을 받겠다”면서 “검찰의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권의 행사가 아니라 폭력이며 정치적 음모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선 의원은 강형주(姜炯周)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심사에서 “나는 실정법상 전혀 죄를 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 직후 이례적으로 국회에 체포동의안 가결을 요청했던 이훈평(李訓平) 민주당 의원은 “모래와 설탕을 섞어놔도 개미는 설탕만 먹는다”며 자신을 개미에 비유한 뒤 부당한 돈은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혐의가 뭔지도 모른다”며 “나에 대한 영장청구는 구색 갖추기식 수사”라고 말했다.

이후 이들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고 오후 4시경 검찰에 자진 출두한 김영일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무더기로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실에서 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