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름 등기땐 내땅 주장못한다”

  • 입력 2003년 12월 9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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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를 구입하면서 부동산실명제법을 어기고 제3자에게 명의신탁을 했다면 토지 매입자의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부동산 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 및 탈세를 막기 위해 불법행위에 대한 민사상 구제를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어서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0부(조희대·曺喜大 부장판사)는 9일 정모씨(65) 등 4명이 “서울 돈암동 토지 3000여m²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달라”며 명의수탁자 김모씨(59·여) 등 4명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하고 김씨 등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정씨 등 원고들은 2000년 5월 H사찰에서 이 땅을 구입한 뒤 윤모씨 명의로 이전 등기했으나 2002년 12월 윤씨가 김씨 등 피고들에게 이 땅을 상속해 김씨 등의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된 것. 이에 정씨 등은 “명의신탁 자체가 법적으로 무효이므로 소유권은 윤씨의 상속인이 아닌 우리에게 있다”며 소송을 냈다.

지금까지 대법원 판례는 명의신탁 약정이 불법이기 때문에 명의신탁 자체를 무효로 간주해 토지를 구입한 사람이 토지 소유권을 갖는 것으로 인정해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법적 효력이 없는 명의신탁을 이용해 H사찰에서 토지를 매입했다 해도 이미 김씨 등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상 토지반환 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며 “부동산실명제법상 명의신탁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이를 감행한 것은 반사회적 탈법행위이므로 법적 보호를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김씨 등 명의수탁자에게 부당이득을 주게 될 수도 있지만 사회질서 확립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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