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한 업무… 명퇴 스트레스…30代도 과로로 쓰러진다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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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퇴출 대상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30대 직장인들이 과다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쓰러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과로사’에 해당하는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해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사람들의 수는 매년 10%씩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760명에 이르렀다.

특히 이 중에는 35∼39세 직장인도 70명이나 포함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연매출이 100억원대에 이르는 정보통신업체에서 회계관리 상무를 맡고 있던 A씨(39)는 5월 잠을 자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갔지만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병원에서 진단한 사망원인은 과로에 의한 심근경색.

그가 다니던 회사는 당시 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직원들을 대규모로 감원하고 있던 중이었다.

두 자녀를 키우던 가장인 A씨는 해고를 면하기 위해 전력으로 일에 매달려야만 했다. 직원들 사이의 눈치경쟁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또 몇 달 동안 매일같이 야근을 되풀이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대기업에 근무하던 B씨(38)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최근 두 차례나 승진시험에 탈락해 압박감은 더욱 심해졌다. 휴일도 반납한 채 근무와 승진시험 준비에 매달리던 B씨도 4월 ‘자발성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뇌심혈관계 질환은 직무상 스트레스를 받거나 갑자기 업무가 많이 늘어난 사람의 뇌심혈관계에서 발생하는 병이다. 단순한 과로뿐 아니라 퇴출 공포, 무기력감, 한직 발령과 직장 내 차별대우로 인한 정신적 충격 등이 그 배경이 되고 있다. 최근 한 취업전문업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58%가 “나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측은 최근 30대 후반의 과로사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이 눈에 띄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산업안전공단 박정선(朴正鮮) 수석연구원은 “30대는 병을 갖고 있다가 과로와 스트레스 등 계기가 생겨 돌연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때에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더 누적되기 때문에 직장인들의 적절한 자기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연구원은 “사회나 직장 내의 스트레스 요인을 정신적 억압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취미생활 등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며 “육체적으로도 평소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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