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위열 나사렛대 총장 “캠퍼스 계단옆엔 휠체어길 꼭 있죠”

  • 입력 2003년 11월 28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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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비장애인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조금의 ‘협조’가 필요할 뿐이죠.”

뇌성마비 환자인 아들을 잃었으면서도 평생 한국의 장애인을 위해 헌신해온 벽안의 선교사가 한국장애단체총연맹이 주는 ‘제5회 장애인인권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충남 천안시 나사렛대 총장인 백위열(미국명 윌리엄 패치·61·사진)씨는 학생부터 재소자까지 장애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그들의 얘기를 듣고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기 위해 애쓴 공로로 이 상을 받게 됐다.

“불우한 이웃에게 협조하는 것은 주님과의 약속입니다. 다른 어떤 일도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백 총장은 유독 ‘협조’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그가 쓰는 협조는 바로 ‘거들어준다’는 의미. 장애인 스스로 충분히 해낼 수 있지만 옆에서 조금만 거들어주자는 생각의 발로였다. 1973년 선교사로 한국에 첫발을 디딘 백 총장은 큰 아픔을 겪기도 했다. 아들이 뇌성마비로 고생하다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만 것. 그러나 이 아픔은 장애인 돕기를 위한 그의 소명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

한국나사렛신학교였던 82년부터 백 총장이 몸담아 온 나사렛대는 그의 꿈과 이상이 그대로 녹아 있는 곳. 캠퍼스에는 장애인이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도록 계단옆에는 반드시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경사로를 만들었다. 또 장애인의 학습을 돕기 위한 학습도우미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 국내 최초로 점자·음성 정보교육센터와 장애유아 특수교육기관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장애인인권상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전국 23개 단체가 함께 참여하고 보건복지부 국가인권위원회 동아일보 등이 후원하는 상. 지난해에는 장애인의 통행권 확보를 위해 노력해온 장애인이동권연대가 이 상을 받았다.올해엔 장애인가정의 수도세를 감면하고 장애인을 위해 시 산하 사회복지위원회를 만든 이상택(李相澤·46) 광주시의원도 백 총장과 함께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단체 부문에는 장애인연금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 온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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